하늘과 구름의 가을 전주곡

등록 2005.09.12 17:17수정 2005.09.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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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따뜻한 햇볕의 나른함에서 온다. 여름은 역시 지천으로 넘쳐나는 진초록의 세상이다. 어디서나 생명감이 넘친다. 그럼 가을은 무엇에서 나오는가. 가장 먼저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낙엽과 단풍이지만 그 전주곡은 푸른 하늘의 아득한 높이와 그 하늘을 수놓는 흰 구름이 아닐까 싶다.


가을이 지척으로 다가오면서 여름 내내 우리의 머리를 짓누르듯 느껴지던 하늘이 드디어 아득한 높이를 얻기 시작하고, 그 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진다. 그리고 그 푸른 화폭에 구름이 흰색 하나만으로 문양을 새긴다. 그러니까 가을 하늘은 푸른빛과 흰색의 단 두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첫 여섯 장의 사진은 9월 8일 벌초하러 강원도 영월에 내려갔다가 그곳에서 찍었고, 나머지 네 장은 9월 11일 팔당 예봉산을 오르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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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오늘은 산에 하늘이 한가득 담겼다. 산의 나무들이 하늘을 쪽쪽 빨아 마신다. 초록에 푸른빛이 섞여들면 그게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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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욱일승천. 구름아, 구름아, 네 높이도 아득하거늘, 어디로 그렇게 높이 높이 올라가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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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야, 구경 가자! 저 산 너머에 볼 만한 거 있다더라. 어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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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때로 산이 구름을 쏘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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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이건 누구의 치맛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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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용의 승천. 역시 하늘은 지그재그로 날아오르는 게 가장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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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구름이 하늘을 둥둥 떠간다. 그 때면 하늘은 넓고 높다. 하늘이 푸른 높이를 아득하게 펼쳐들면 지상에 붙박인 우리의 가슴도 속이 트인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또한 구름이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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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구름의 위쪽은 항상 맑음이라는 말이 있지만 구름의 아래쪽이라고 항상 흐림은 아니다. 순백의 구름이 햇볕을 가리면 햇볕은 그 빛의 줄기를 뻗어 순식간에 구름의 경계를 벗어난다. 그러면 그 밑의 우리들은 잠깐 동안 화려한 레이저 쇼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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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빛이 무엇을 만나면 흔히, 빛과 그리고 그림자로 엮이지만 빛이 구름을 만나면 빛은 줄기가 되어 뻗어나가고, 구름은 그림자가 아니라 달콤한 솜사탕이나 팝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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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지구의 3분의 2는 바다라는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아니, 잊고 산다기보다 사는데 바쁘다 보니 바다 구경할 여유도 없다. 삶이 그럴 때 우리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구 위엔 지구만한 하늘이 있다. 때로 그 하늘이 바다가 된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날이 맑은 날 하늘 한 번씩 쳐다보며 그 답답함을 풀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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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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