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정치권 일제히 "술자리 추태 진상조사" 돌입

등록 2005.09.26 15:44수정 2005.09.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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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가 국정감사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 피감기관인 대구지검 검사들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터진 폭탄주의 '뇌관'이 정치권과 검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미 터진 술자리 폭탄의 뇌관을 놓고 정치권과 검찰 등 사건 관계자들은 원인 규명에 나섰다.

26일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피감기관과의 술자리는 잘못"이라며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술자리에 참석한 법사위원 전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서영제 대구고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국감 술자리 추태'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검찰은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열린우리당은 자기 당 의원들은 뺀 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폭언' 진상 조사한다"

대구지검 피감기관과의 술자리에서 주성영 의원이 성적 모욕 발언을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파문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진상 여부와 관계없이 피감기관과의 술자리는 분명한 잘못이라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피감기관과의 술자리는 분명히 잘못"이라며 법사위원들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성적 폭언 의혹과 관련해서는 "진상을 더 잘 조사해봐야 한다"며 주 의원을 거들었다.


강 원내대표는 "특히 주 의원 자신이 부인하고 있고, 동석했던 검사가 그런 말(폭언)을 했다고 한다는 게 주 의원 주장 아니냐"며 "주 의원이 평소 성격이 괄괄하다고 해서 그런 쪽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그(성적 폭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강 원내대표는 "사실과 다른 쪽으로 왜곡보도가 되고 있다"며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만일의 경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당직자들도 피감기관과의 술자리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주 의원이 폭언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진상을 밝히겠지만 이번 일이 정략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으니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맹 정책위의장은 "그런 뒤 만약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야무야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해 진상을 밝힌 뒤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술자리 자체가 윤리 위반... 참석 의원 다 제소"

민주노동당은 술자리에 참석한 법사위원 전부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주성영 의원만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외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국감기간 동안 피감기관 공직자들과의 부적절한 술자리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자당 의원들의 술자리 참석에 대해서는 모른체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한나라당 의원에게만 손가락질을 하는 태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의원총회에서 주성영 의원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의 피감기관과의 호화 술판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며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과 거액의 호화판 술판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회의원의 윤리기준을 현격하고 현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이어 "폭언문제도 국회 내 비윤리적 행동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오늘 중에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정성호, 선병렬, 최용규, 이원영, 주성영, 주호영 의원 등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오영식 열린우리당 원내공보부대표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런 일 자체가 벌어졌다는 사실과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지금 이 사건은 진실게임과 같이 논란이 되고 있어 이 부분과 관련해 주성영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 공보부대표는 주성영 의원이 제기한 '정치적 음모론'에 대해 "이 문제를 그냥 묵과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당에서 내렸다"며 "윤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맡겨 그 자리에서 이뤄졌던 사실관계들을 명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시비를 가리고 진상을 규명해 물을 책임이 있다면 묻겠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파문의 쟁점이 되고있는 부분인 주성영 의원의 '폭언' 여부만을 다루고, 윤리위 차원에서 진실규명이 된 후 사실관계를 토대로 자당 의원들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빈 총장, '주성영 술자리 폭언' 진상조사 지시

검찰도 '국감 술자리 추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2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구고검에 진상조사를 공식 지시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영제 대구고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22일 대구고지검 국감 이후 일어난 일들과 관련 그 진상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대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 조사의 범위와 관련 "대구지검 검사들이 관련된 모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구지검 간부들이 국정감사 직후 여야 의원들과 술자리에 참석한 정황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 폭언을 한 주체까지 조사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술자리에 참석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김 총장의 입장에 대해서도 "진상조사한 것을 보고받아봐야 알 것 같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한편, 대구지검은 지난 22일 '술자리 폭언' 사건 직후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총장이 대구고검에 진상조사 지시를 내림에 따라 '술자리 폭언' 사건의 진위 여부가 조만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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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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