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에게 "다방에 가서 하시죠"

주성영 '막말' 퍼레이드, 어제오늘 일 아니다

등록 2005.09.25 15:08수정 2005.09.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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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거침없는 '막말' 지난해 11월 23일 법사위가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17대에 국회에 진출한 주 의원은 초선임에도 '설화'를 일으킨 경력은 거의 중진급과 맞먹는다.

거침없는 '막말' 지난해 11월 23일 법사위가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17대에 국회에 진출한 주 의원은 초선임에도 '설화'를 일으킨 경력은 거의 중진급과 맞먹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는 우리사회의 독버섯으로서 이번 기회에 끝까지 추적하여 진실이 살아있음으로 입증하겠음." (24일 보도자료)
"사이비 황색언론의 타도, 위장 시민단체의 척결에 의원직을 걸겠음." (25일 기자회견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피감기관 검사들과의 술자리에서 벌인 추태를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주 의원은 '독버섯', '사이비 황색언론'이라는 극언을 써가며 <오마이뉴스>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그가 국회에서 그동안 행한 발언들을 돌아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초선의 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부터 정제되지 않은 말로 인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사고 끊이지 않는 주 의원의 '입'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15일 국가인권위 국감에서 인권위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에 '보안검찰피해조사' 연구용역을 준 것을 문제삼아 "쓸데없는 세금 낭비"라며 "그래서 사회적 기생계급이, 기생층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라고 다그쳤다.

보다못한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본인의 명예, 감정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명예, 감정도 중요하니 모두 도를 지켜 가면서 질의를 해달라"고 주의를 줬지만, 주 의원은 "도를 최대한 지킨 것"이라고 대꾸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주 의원이 '한국은 NGO천국', 'NGO는 사회적 기생층'이라는 극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보도하자 주 의원은 "'기생층'을 '기생충'으로 잘못 알아들은 프레시안 기자가 'NGO는 기생충'이라는 거짓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며 발끈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올해 4월 21일 법사위에서 재차 "참여정부에서 기생계층이 많이 자라고 있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세금을 축내는 기생계급이 이 사회와 국가를 멍들게 한다"고 말해 자신이 만든 신조어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기생층" "무뇌아" 거침이 없다


a 막말의 하이라이트 지난해 12월 8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간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막말의 하이라이트 지난해 12월 8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간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 의원의 막말 공세는 대통령과 총리, 동료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펼쳐졌다.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사전 배포한 국회 대정부질문 원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 내 386 정치인들을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과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뒤섞은 패러디로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이 다음날 주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자 그는 도리어 '풍자와 우화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하고 메마른 386'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386은) 품격 있는 유머도 모르냐"고 일갈했다.

주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별도의 논평에서 이해찬 총리를 '막가파 총리'라고 지칭하고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대통령, 총리, 정부각료, 여당의원들이 보여준 발언과 행위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무뇌아들처럼 일렬종대로 서는 정부와 여당의 맹목적 충성경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낸다"고 공격했다.

주 의원은 지난해 11월 16일 대정부질문에 앞서 배포한 원고 뒷부분에 '부록: 베짱이386 감별법-개미386 및 일반 베짱이와 구별되는 베짱이386만의 5가지 특성'이라는 글을 실어 여당의 젊은 의원들을 다시 자극했다.

주 의원은 얼마 후인 12월 3일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을 향해 "(프로야구 삼성 감독) 선동렬이 병에 걸리면 선병렬이 된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흥분한 선 의원은 나중에 "주 의원, 대구 가면 선동렬 감독에게 사과하라, 어디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이라며 항의했다.

주 의원은 같은 날 법사위에서 "존경하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 우리 한글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없는 내용을 가지고, 다른 내용을 가지고 저렇게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구나,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을 만원짜리를 꺼내보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번에도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의사진행발언하는 것은 좋은데, 법사위를 그렇게 희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하루 뒤인 12월 4일 법사위에서 국보법 상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대치하는 가운데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학창시절 친구였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에게 "심재철씨, 당신 어디 가서 서울대 총학생회장 했다고 얘기하지 말라"라고 말하자, 주 의원이 갑자기 끼여들어 "(유 의원이) 총학생회장을 못해서 콤플렉스가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 "이철우 의원은 북한 노동당원"

위험수위를 넘나들던 주 의원의 막말은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의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주 의원이 한 인터넷신문 기사를 인용해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북한 노동당원으로서 지난 92년 현지 입당하고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주 의원은 다음날 발언 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보도 내용을 읽고 공안검사 출신의 감으로 즉석에서 사실이 맞다고 판단했다", "추론의 근거는 직접·간접 증거와 정황이 있는데, (간첩이란) 정황이 있다는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주 의원은 급기야 "정치인으로서 제가 쓴 '간첩'이나 '암약'이란 표현은 법률적 표현이 아닌 정치적인 수사였다, (표현에) 과장이 있었다"고 한발 빼더니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간첩 암약 발언을 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내가 잘못했구나, 지는 싸움을 했구나, 한나라당에 부담을 안겼구나라는 점을 느꼈다"고 자신의 잘못을 실토했다.

그러나 주 의원은 국회 윤리특위가 6월 28일 자신에게 '본회의에서 사과하라'는 징계조치를 내리자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고 항변하는 등 발언 직후의 '반성' 몸짓을 뒤집었다.

같은당 홍준표 의원도 '절레절레'

a 지난해 8월 28일 전남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했다. 사진은 당시 저승사자역을 맡은 주성영 의원.

지난해 8월 28일 전남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했다. 사진은 당시 저승사자역을 맡은 주성영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같은 당 선배의원도 주 의원 앞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혁신안을 놓고 소속의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던 지난달 31일 연찬회에서는 의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연단으로 뛰어올라가 "혁신안은 조기전대를 감춰놓은 '트로이 목마'로 사기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맡아 대학 후배가 지역구 공천을 받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던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인간적인 배신감에 분노했음은 불문가지.

국정감사 첫날인 22일에는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질의가 끝난 후 김진기 대구지방법원장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배지를 달아주려고 하자 주 의원이 "(그런 건) 다방에 가서 하시죠"라고 면박을 주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지난해 9월 25일자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4월 총선이 끝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당시의 '물갈이' 열풍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의 눈을 무서워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주 의원이 지난 1년간 행한 발언을 돌아볼 때, 그 같은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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