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관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데일리차이나] 9월 29일 중일수교 33주년...정치적 갈등, 경제 교류에 찬물

등록 2005.10.04 01:36수정 2005.10.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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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이제 더 이상 소극적이지 않습니다. 지난날 아시아는 지나칠 만큼 소극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고분고분한 아시아는 없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아시아는 복종하는 데 익숙해 왔습니다. 오늘날의 아시아는 역동적입니다. 아시아는 생명력으로 충만합니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마치며 한 인도수상 네루의 연설 일부이다(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중국이 미국된다>에서 발췌). 21세기 아시아는 분명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신흥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일본 또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릴 정도로 여전히 막강한 국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21세기 아시아가 희망으로 넘치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경제 급부상을 등에 업고 중화패권주의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일본 또한 우익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핵위기의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체제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관계 역시 수많은 위험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인도의 급성장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의 패권 다툼은 최근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신경전으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일관계는 '정랭경열(政冷經熱, 정치적으로는 차갑고 경제적으로는 뜨겁다)'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교류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며 자칫 정치적 갈등이 경제협력의 발목까지 잡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중일관계를 다루고 있는 인터넷 Sina. 일본산 디지털카메라 대신 중국산 카메라를 쓰자는 의미이다.
중일관계를 다루고 있는 인터넷 Sina. 일본산 디지털카메라 대신 중국산 카메라를 쓰자는 의미이다.Sina
우리나라보다 20년이 앞선 1972년 9월 29일 국교를 맺은 중일 양국은 2004년 이미 1600억 달러의 교역규모를 보이며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일본은 중국의 최대교역국에서 다소 밀려 유럽연합(1772.9억 달러), 미국(1696.3억 달러)에 이은 제3위의 무역상대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중국은 최대의 교역국이자 한 해 20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리게 해 주는 소중한 파트너이다. 거대시장 중국 공략을 위해 일본은 1979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개발원조(ODA) 45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중국시장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왔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일본은 개혁개방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뛰어든 국가로서 현재 920만 명의 중국인들이 일본기업에 취직해 있으며 2004년 일본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수의 총액이 49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일본기업의 투자는 중국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호의존적인 경제협력관계 속에서 중일관계는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2002년 중일국교 수립 30주년 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우호적으로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중국위협론'이 대두되고 일본의 우익 군국주의자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자위대 해외파견 합법화를 추진하고 '해양일본론'의 대두로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중국에서 일본인의 집단매춘사건, 생화학무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중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상하이에서 있었던 반일시위 현장 모습이다.
올해 4월 상하이에서 있었던 반일시위 현장 모습이다.김원식
일본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했고 중국에서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반일시위가 일어났으며 중국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또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양국간의 신경전이 벌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중일관계의 최대 장애라며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야스쿠니 추계대제를 앞둔 고이즈미를 압박하고 있고 일본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중일관계는 개선될 조짐이 없이 저조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중국관방의 보도처럼 현재로서는 중일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올 만한 마땅한 호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일본이 벌이는 아시아에서의 패권주의가 모처럼 맞는 아시아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악화된 중일관계의 외교적 여건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실용주의적인 외교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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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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