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물 공부, 박물관서 하는 건 어떨까요?

서울에 소재한 역사인물 기념관 탐방 (1)

등록 2005.10.10 09:31수정 2005.10.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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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중에서도 역사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위인들의 기념관은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그리고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 소재한 역사적 인물들의 기념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가 자의적으로 선정한 다섯 분의 역사적 인물 중 의암 허준 선생만 제외한 네 분은 모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다. 백범 김구 선생과 도마 안중근 의사, 그리고 도산 안창호 선생과 매헌 윤봉길 의사가 그들이다.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다

유영수
맨 먼저 용산구 효창공원 내에 위치한 '백범기념관'을 찾았다. 공원 안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니 팔을 벌려 뭔가를 투척하는 듯한 동상이 기자를 맞이한다. '뭘 의미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도 잠시,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김구 선생과 함께 일본 천황을 폭살(爆殺)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1932년 히로히토 천황에게 폭탄을 던져 그 뜻을 결행했던, 그리하여 일본 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하신 이봉창 의사의 폭탄투척 장면을 담은 동상이었던 것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대면하게 되는, 인자하면서도 근엄한 백범의 좌상. 일반 관람객들은 여기서만 사진촬영을 할 수 있으며, 카메라는 따로 준비된 보관함에 넣고 들어가도록 돼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대면하게 되는, 인자하면서도 근엄한 백범의 좌상. 일반 관람객들은 여기서만 사진촬영을 할 수 있으며, 카메라는 따로 준비된 보관함에 넣고 들어가도록 돼 있다.유영수
백범 기념관은 크게 전시관과 교육장, 그리고 350석 규모의 대회의실 및 320석 규모의 컨벤션홀로 나뉘어 각종 교육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이 진행되고 일반시민과 단체들이 대관하여 각종 교육 문화활동에 이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안내부스의 여직원에게서 1,2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에 대한 개략적인 안내를 듣고 기념관 내부로 들어섰다. 2002년 10월 개관한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기념관의 역사 때문인지,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주는 외관 못지않게 내부 또한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줬다.


전시관은 굴곡 많았던 한국의 근현대사와 항상 함께 하신 백범 선생의 일대기를 타블로, 모형, 애니메이션은 물론 각종 영상물과 매직비전을 통해 다채롭고 보다 이해하기 쉽게 묘사했다. 여기에 예약을 한 단체관람객을 위한 박물관 학예사의 상세하고도 전문적인 설명은 맛깔스러웠다.

백범의 어린시절의 일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닥종이 인형과 선생의 삶과 사상을 백범일지를 따라 살펴보는 영상실, 모친 곽낙원 여사의 동상 등이 기다리는 전시관 1층을 둘러본 후 전시관 2층으로 올라갔다.


너무 실감나게 만들어져 사람들을 자주 놀래킨다는 백범의 밀납인형
너무 실감나게 만들어져 사람들을 자주 놀래킨다는 백범의 밀납인형유영수
계단을 벗어나 2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단다. 너무 실감나게 제작된 밀납인형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백범일지를 쓰는 중년의 백범 선생 밀납인형은 정말 감쪽같았다.

전시관 2층 한 켠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서는 창 밖으로 기념관 옆에 있는 효창원 내의 백범 선생 묘소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또한 추모의 공간에 걸려있는 선생의 친필휘호 여섯 점이 눈길을 끈다. 이것들은 원본을 프린트해서 액자에 넣은 것이며, 친필휘호 원본은 기념관 지하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추모의 공간에서는 효창원 내의 백범 선생 묘소가 한 눈에 보인다.
추모의 공간에서는 효창원 내의 백범 선생 묘소가 한 눈에 보인다.유영수
친절하게 전시관을 안내해 준 기념관 직원 박시정 씨가 친필휘호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관 안내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따로 개인적인 공부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친절하게 전시관을 안내해 준 기념관 직원 박시정 씨가 친필휘호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관 안내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따로 개인적인 공부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유영수
특히 그 중 '民族正氣'라고 적혀진 휘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동메달을 딴 남승룡 옹에게 축하의 의미로 하사한 것으로, 백범 선생이 당신 스스로를 '노부(老夫)'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또 한 가지 이채로운 것은 백범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시계이다.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으로 의거를 하기 전 백범 선생과 서로의 시계를 교환했다고 백범일지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 당시 교환한 백범의 시계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윤봉길 의사의 시계 맞은편에는 50년도 훨씬 더 지났건만 아직도 혈흔이 선명한, 백범 선생 서거 당시의 혈의(血衣)가 있어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1949년 6월 26일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가 쏜 총탄이 지나간 구멍과 선생이 흘린 핏자국이 너무나 또렷하게 남아있어 역사의 암울한 단면을 회상케 한다.

잘 정돈돼 있어 깔끔한 첫 인상을 남긴 백범광장의 전경
잘 정돈돼 있어 깔끔한 첫 인상을 남긴 백범광장의 전경유영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지한 백범의 말씀을 떠올리며 한류 열풍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해서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백범 기념관은 동절기(11월~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리고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입장은 폐관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과 매년 1월 1일, 그리고 설날과 추석에는 휴관하니 유의해야 하며, 일반인은 입장료 1000원, 20인 이상의 단체관람객과 군경은 500원, 18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기념관과 효창원을 충분히 돌아보기 위해선 2시간여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다한 애국순열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 정도쯤의 시간을 아까워해선 안 될 것이다.

옥중에서도 굽혀지지 않았던 기개의 주인공,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전경. 오른편 안의사의 어록비에 새겨진 '見利思義 見危授命'이란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전경. 오른편 안의사의 어록비에 새겨진 '見利思義 見危授命'이란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유영수
같은 날 연이어 백범 기념관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은 탓일까.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은 왠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남산 식물원 내에 위치한 기념관은 협소한 부지 때문에 무척 비좁아 보였다. 기념관이라고 하기엔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안에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 안내도가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고, 그 너머에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수퍼그래피와 안 의사의 옥중장면을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표현한 것)가 눈에 띈다.

전시실 내부 모습. 왼편에 안의사의 대형초상화가 걸개그림으로, 그 옆 벽면 윗쪽에는 안의사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수퍼그래픽이 걸려있다.
전시실 내부 모습. 왼편에 안의사의 대형초상화가 걸개그림으로, 그 옆 벽면 윗쪽에는 안의사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수퍼그래픽이 걸려있다.유영수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니 안 의사의 대형초상화가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뒤에는 안 의사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영사실이 기다리고 있다. 1회 상영시간은 13분 정도이며, 4~50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전시실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30분이면 충분해 보였다. 전시실 밖으로 나와 기념관 앞뜰을 걸어본다. 안 의사의 동상 옆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기념비가 보인다.

'민족정기의 전당'이라고 쓰여진 기념비 너머로 안의사의 동상이 의연하게 버티고 서있다.
'민족정기의 전당'이라고 쓰여진 기념비 너머로 안의사의 동상이 의연하게 버티고 서있다.유영수
기념관 앞뜰에는 안 의사의 어록을 담은 비석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어록비들을 몰아놓아 산만하고 어수선한 느낌만 줄 뿐이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는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생태계 회복을 위해 통제되고 있는 순환도로에서 마음껏 연인이나 친구의 손을 잡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비온 다음 날에는 맑게 갠 하늘을 보며 멋진 서울의 야경과 붉은 노을도 감상할 수도 있다.

남산을 내려오며 볼 수 있었던, 초가을의 연분홍빛 노을
남산을 내려오며 볼 수 있었던, 초가을의 연분홍빛 노을유영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연중 휴관하는 날이 없으며,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리고 하절기에는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폐관시간 1시간 전부터 입장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려면...
백범 기념관은 6호선 효창공원역 1번 출구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0014-G, 402-B번 버스를 타고 남산도서관 앞에서 하차한 후 남산식물원 쪽으로 걸어가면 좌측으로 보인다.

'10월 여행이벤트 응모' 기사

덧붙이는 글 찾아가려면...
백범 기념관은 6호선 효창공원역 1번 출구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0014-G, 402-B번 버스를 타고 남산도서관 앞에서 하차한 후 남산식물원 쪽으로 걸어가면 좌측으로 보인다.

'10월 여행이벤트 응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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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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