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허준박물관'

서울에 소재한 역사인물 기념관 탐방 (2)

등록 2005.10.18 10:37수정 2005.10.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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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기념실 내에 선생이 동의보감을 집필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허준기념실 내에 선생이 동의보감을 집필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유영수
생동감이 넘친다는 점에서 여느 박물관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을 둘러본 소감이다.

보통 나들이 삼아 시내에 있는 공원을 찾아 특별한 일 없이 약간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공원 내에 있는 기념관에 굳이 별도의 입장료를 지불해 가며 관람을 하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예술적인 가치마저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박물관 로비의 벽화와 천장의 조형물
예술적인 가치마저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박물관 로비의 벽화와 천장의 조형물유영수
그건 서울에 소재한 역사인물 기념관 중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위주의 단체관람이 아닌, 자발적인 관람을 유발시킬 만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우리 모두에게 고루한 것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준박물관은 새로운 박물관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우선 어느 인물 기념관에서나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는 애국열사가 아닌, TV 속 드라마의 주인공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진 모형 앞에서 기념스탬프를 찍고 있는 어린이
어린 학생들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진 모형 앞에서 기념스탬프를 찍고 있는 어린이유영수
또한 인물에 대한 단순한 고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의약사(醫藥史)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물론, 체험을 통해 쉽게 한의약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볼 때 그 가치는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를 올바르게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의 어린이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컴퓨터 화면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든 것과,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잘 조화시킨 인테리어는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한 것으로 보여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사이버틱한 분위기까지 연출해 내는 실내인테리어
사이버틱한 분위기까지 연출해 내는 실내인테리어유영수

깔끔하게 정돈된 휴게공간. 허준박물관에는 이렇게 안락한 공간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휴게공간. 허준박물관에는 이렇게 안락한 공간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유영수

여타 박물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휴게공간이 허준 박물관의 여기저기서 발견되면서 그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세련된 분위기의 깔끔히 정돈된 창가의자에 앉아 한강을 조망하며 잠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도 가져볼 만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늘 관람객들로 붐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색다른 문화체험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박물관을 찾는다. 체험공간에서 직접 약초를 갈아보기도 하고, 약첩을 싸보며 잠시 어의(御醫)가 된 듯한 착각을 해보기도 한다.

온 가족이 체험공간에서 약초를 빻아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온 가족이 체험공간에서 약초를 빻아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유영수

유영수

허준기념실에서는 만화영화를 통해 허준의 일대기를 볼 수도 있으며, 내의원의 생활상을 정밀하게 묘사한 대형모형도를 보며 시대의 단면을 읽어내기도 한다.


허준박물관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먼저 입구에서부터 감탄한다.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건물외관과 박물관 로비의 아름다운 조형물들은 '여기가 정말 박물관 맞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술관에 온 것 같은 의심을 들게 하니 말이다.

멋스러운 박물관 입구와 건물 외관 디자인부터 여타 박물관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멋스러운 박물관 입구와 건물 외관 디자인부터 여타 박물관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유영수

견학 온 학생이 터치스크린으로 허준 선생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견학 온 학생이 터치스크린으로 허준 선생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유영수

또 하나 이 박물관에서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기자는 주저 없이 옥상에 마련된 약초공원을 이야기하고 싶다. 허준 선생의 한의학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탑산 자락에 선생의 저서인 '동의보감'에 수록된 약용식물들을 주로 심어놓은 약초공원에는 우엉, 둥글레, 가시오가피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초는 물론 쑥부쟁이, 꿩의비름, 바위취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약초들을 심어 놓았다.

박물관 옥상 한켠에 마련된 파라솔 의자에 앉아 오래된 친구와 정담을 나누며, 탁 트인 한강전망을 공짜로 감상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옥상 휴게공간과 연결된 약초공원 전경
옥상 휴게공간과 연결된 약초공원 전경유영수

허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구암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허준 선생의 호를 따 만든 구암공원에서는 선생의 동상과 함께 예쁜 음악분수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떨어져 있어 약간 멀게 느껴질 수 있는 허준 박물관. 그래서 더욱 여유롭게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즐기기에 좋은 곳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지하철 5호선 발산역 3번 출구 하차 후 마을버스 6644번 타고 공진중학교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타고 올 경우 공항로-강서구청 사거리 우회전-가양대교 남단 사거리 좌회전-가양까르푸 끼고 우회전 하면 바로 보인다.

'10월 여행 이벤트 응모'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하철 5호선 발산역 3번 출구 하차 후 마을버스 6644번 타고 공진중학교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타고 올 경우 공항로-강서구청 사거리 우회전-가양대교 남단 사거리 좌회전-가양까르푸 끼고 우회전 하면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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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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