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첩장 불심조조' (1271년 삼별초 정부가 일본에 보내 몽고와 함께 싸울 것을 제안한 문서)한국역사연구회
즉, 이 책은 삼별초를 '호국의 화신'처럼 만든 것은 군사정권이 쿠데타의 명분과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왜곡, 강조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의식주 문제' 깊이 다루지 않아 아쉬워
이 책은 약간의 문제점이 보이긴 한다. 전체적으로 쉽게 쓰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일부 글쓴이는 전문용어를 아무 설명없이 쓰거나, 오히려 이해를 어렵게 할 낱말이 군데군데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1권의 '불교 교단의 세속화, 지눌의 결사 불교' 중 "돈오란 자기 마음의 본체인 공적영지와 부동지를 단박에 깨닫는 것이다" 따위를 들 수 있겠다. 불교에 이해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감당할까?
또 2권의 '물길 따라 뱃길 따라 열리는 고려의 교통로'는 당시의 22개 역도를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한 나머지 지루한 느낌을 주었으며, 또 현재적 관심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에 색깔 별로 나눈 22개의 길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게 그것인 것 같았다면 지나칠까?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인 의식주 중 옷과 살림살이 그리고 말글살이 부분이 한 꼭지도 없었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어떻게 살았을까?"라면 적어도 의식주를 골고루 다뤘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단점은 굳이 옥의 티를 찾아내려 한 데서 나온 것이고, 전반적으론 참 좋은 책이라는 말을 굳이 해야만 한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명제는 분명 가지고 있지만 외우기에 급급한 역사 공부와 정치, 경제에 편중된 방향 때문에 얼마나 역사를 멀리 해왔는가?
이렇게 역사를 멀리 해온 대중들에게 사실 역사는 재미있는 것이며, 현대를 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되는 소중한 것이란 편지를 이 책은 띄우고 있다. 그것도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오던 진부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조명한 내용들임은 물론 진보와 자주가 거슬리지 않게 문장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곳곳에 소중한 자료들을 제시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