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게 빚졌던 신문사들

1999년 이후 <한겨레> <중앙> <동아> <한국> 등 삼성생명과 금융 거래

등록 2005.10.17 18:16수정 2005.10.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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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금융거래가 있는 언론사 현황
삼성생명과 금융거래가 있는 언론사 현황참여연대
참여연대가 17일 공개한 '삼성과 언론과의 관계' 보고서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함께 13개 주요 신문사를 기업 입장에서 경영상황을 분석한 것. 특히, 이들 신문사들과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와 가진 금융거래내역은 눈에 띈다.

분석한 내용을 보면, 우선 지난 99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생명과 자금거래가 있었던 신문사는 <동아일보>을 비롯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모두 4개사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는 지난 99년 600억원을 삼성생명으로부터 빌렸고, 당시에 담보도 159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는 이후 매년 빚을 갚아나가 2003년말 470억원까지 줄었고, 작년말 현재 70억원의 담보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99년에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됐던 <중앙일보>는 지난 2002년말 기준으로 모두 264억원의 빚이 있었다. 하지만 2003년께 빚을 갚고, 추가로 돈을 빌린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의 경우는 지난 2003년말 삼성생명에 588억원의 담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겨레>, 작년말 기준 삼성생명에 75억 빚

또 그동안 'X파일'과 삼성 지배구조 등을 두고 비판적 논조를 보여온 <한겨레>의 경우는 지난해 말 현재 삼성생명으로부터 75억원의 단기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채무는 보통 1년안에 돈을 갚는다는 조건으로 빌린 돈을 뜻한다. <한겨레>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2년 삼성생명으로부터 40억원을 빌린 이후, 지난해 추가로 35억원을 빌려 모두 75억원으로 규모가 늘었다.

참여연대는 "각 신문사의 감사보고서에 '삼성생명'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나 담보 제공액을 조사한 것"이라며 "이 가운데 차입처 또는 담보제공처에 '삼성생명 등'으로 돼 있는 금액은 이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조사한 금액은 최소한의 규모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어 "취약한 재무구조와 열악한 수익구조에서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차입급 상황은 언론사에게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단기 자금일 경우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참여연대 보고서는 최근 5년간 13개 주요신문사의 경영상황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주요 신문사의 경영상황은 한마디로 재무구조나 수익성 등 실적이 매우 나쁜 상태이며, 이 같은 경영실적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13개 신문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서울신문, 서울경제,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이다.


<경향>, <서울>, <한국>, <서경>은 재무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

13개 신문사 부채비율
13개 신문사 부채비율참여연대
우선 분석대상 13개사 가운데 <경향>, <서울>, <한국>, <서경> 등 4개 신문사는 재무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들이 내놓은 200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개사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은 "회사가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곧 이들 신문사들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회사가 계속 존속할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참여연대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고객인 해당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란 쉽지 않다"면서 "13개사 가운데 4곳이면 전체 신문사 중 30.8%가 재무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3개 신문사의 재무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부채비율이다. 한마디로 전체 재정구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다. 낮으면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개 신문사 가운데 38%인 5개 신문사가 자본잠식 상태다. 이들 신문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경제>, <세계일보>, <한국일보>다. 이들 5개사 가운데 <서울경제>는 4년연속, 나머지 4개사는 2000년 이후 5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서울신문>의 경우 최근 경영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작년말 현재 부채비율이 714%에 달하고 있어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전망했다. 반면 13개 신문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100% 이하인 곳은 <조선일보> 뿐이었다.

부채비율과 함께 신문사들의 유동성도 그리 좋지 않다. 13개 신문사들 유동비율 200%이상인 곳도 <조선일보> 뿐이다. <문화일보>를 뺀 나머지 11개 신문사의 유동비율은 100%미만이다. 유동비율은 회사가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느냐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따라서 높으면 높을수록 회사 건전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한다.

또 13개 신문사 연평균 매출액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으며, 작년말 기준으로 13개 신문사 가운데 7개사가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회사의 영업만을 고려한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에는 10개사, 2003년에는 9개사가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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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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