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인생은 참된 사색을 향한 발걸음

쇼펜하우어의 <다시 살아갈 희망을 노래하라>를 읽고서

등록 2005.10.20 17:36수정 2005.10.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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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든 나라가 어수선하다. 전쟁과 정치와 태풍과 가뭄 때문에 혼란스럽다. 그 원인이야 두 말할 것도 없이 인간들이 저지르고 있는 욕망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사람들끼리 다투고 죽이는 것이야 두 말할 것도 없고 자연재해 때문에 사람이 고통받는 것도 다를 바 없다. 자연을 침탈했던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 침탈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다시 살아갈 희망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곳에 정치적 안정과 공존을, 태풍과 가뭄이 있는 곳에 생태계 보존과 대책을 노래하면 된다. 이기심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여 살고, 불행을 예상하기 전에 행복을 꿈꾸며 살고, 눈앞의 이득보다 먼 미래의 안녕을 바라보는 지혜를 안고 살아가면 된다.


쇼펜하우어가 쓴 지혜의 노트, <다시 살아갈 희망을 노래하라>(신현철 엮음/북인/2005)는 그래서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듯 따뜻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한 삶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근원적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우리가 세상을 지탱하면서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 왔다. 그 사랑은 인간에게 용기와 무한한 힘을 주었으며,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삶을 견디게 하는 것도 누군가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21쪽)

이 책에는 흔히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가 세상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가 잘 나와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 참된 행복과 만족을 누리며 살 수 있는지, 그 희망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가 절망적인 세상만을 이야기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이 세상을 비관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세상을 낙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결코 비판하지도 않는다. 다만 맹목적인 낙관을 기대하며 무작정 질주해 가는 인간의 삶에 브레이크 하나를 달아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모두를 향한 비관이요 비판일 수 있겠는가.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에게 브레이크가 없다면 이 세상은 온통 광기와 살육이 난무할 것이다. 전쟁과 정치적 혼란과 자연재해는 더욱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서 세상을 들여다보는 브레이크는 참된 사색을 향한 발걸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거나 신뢰하지 않았다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쾌활한 성격은 행복을 배달하는 집배원의 역할을 한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행복의 약속어음에 지나지 않는다. 쾌활한 성격이라는 보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 쾌활한 성격은 마치 견고한 성과 같아서 그 속으로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 들어가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47쪽)

"사람의 일생은 두려워 떨며 움츠릴 만큼 귀중한 것이 못된다. 더구나 인생의 재물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용맹하게 살아라. 용맹한 가슴을 운명의 화살 앞에 내세우라. 그러나 이것에도 지나친 점이 있다. 용기가 만용으로 변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226쪽)



그렇듯 희망찬 인생을 노래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진정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무거운 먹구름이 뒤덮인 하늘 속에서도 작지만 밝은 빛을 보며 살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통이나 고뇌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 아니라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주체적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당부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일과 헛것에 얽매여서 미래의 중요한 일과 실상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다그치고 있다.

물론 그것은 고난과 불행을 각오하고 사는 자만이 얻게 되는 삶이다. 기나긴 인생의 연마와 숙련 속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다. 무딘 칼을 갈고 또 갈 때만이 날카로운 칼날을 만들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펄펄 끓는 젊은 혈기에 비해 삶을 지긋하게 살아 온 나이든 사람들이 얻게 되는 판단력 같은 것이다. 넘어가다 지치면 쉬어가다 넘고, 또 쉬어가다 넘는 인생의 질곡을 살 때에 얻게 되는 참된 보화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모든 일에 무한 질주하는 인생보다는 때때로 브레이크 인생도 필요한 것임을 쇼펜하우어는 노래하고 있다. 브레이크 인생은 참된 사색을 얻는 귀한 발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는 먼 미래와 후대를 생각하며 사는 지혜야 말로 참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짜내고 맞추기 보다는 적당한 때가 되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며 얻게 되는 삶이야말로 참된 인생의 노래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갈 희망을 노래하라 - 쇼펜하우어 지혜의 노트

신현철 지음,
북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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