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물결 억새꽃의 유혹

제주 교래리 억새꽃큰잔치를 찾아서

등록 2005.10.31 17:36수정 2005.10.31 17:37
0
원고료로 응원
한라산의 작은 봉우리마다 빨갛게 노랗게 단풍으로 산들이 층층이 물들고, 가을 햇살을 잔뜩 받아들인 억새가 황금빛 물결로 수를 놓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제주도에선 가을하면 바로 억새꽃이 연상될 정도인데, 매해마다 열리는 교래리 억새꽃큰잔치는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가득차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근처 산굼부리 분화구에서도 도 참으로 아름다운 전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a

ⓒ 양소영

억새꽃큰잔치는 축제 전날 비가 내렸으나 다행히 축제 당일에는 날씨가 맑게 개어 푸른 하늘과 어울어진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뤘습니다.


휴일이라 많은 인파들이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 첫날 오후 개막식과 갈옷 패션쇼 그리고 억새꽃가요제 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회자는 "킹콩 완두콩 돼지콩…" 하며 빨리 발음하는 사람에게는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 조랑말 타기, 태권시범, 억새꽃 길걷기, 토종닭 싸움 등이 시간별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 중 무대 위에 펼쳐진 밸리댄스와 살사댄스는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 잡아버렸습니다. 또 귀여운 꼬마들도 어설품 춤사위를 선보여 어르신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연인들과 부부들은 억새꽃 풀향기가 뿜어나오는 길을 걸으면서 더욱더 향기롭고 포근해지는 듯싶었습니다.

a 억새꽃축제 춤 공연

억새꽃축제 춤 공연 ⓒ 양소영

a 억새꽃축제 현장

억새꽃축제 현장 ⓒ 양소영

축제장을 나와 근처 산굼부리를 가 보았습니다. 축제장의 억새꽃보다 더 장관인 억새를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서면 말아방아가 보이는데 옛날에 제주에는 물레방아 대신 소가 방아를 돌려다고 합니다.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 시작합니다.

a 산굼부리 입구 기둥

산굼부리 입구 기둥 ⓒ 양소영

a 산굼부리 억새꽃

산굼부리 억새꽃 ⓒ 양소영

조금 위로 올라가니 억새꽃이 바람에 흔들려 물결을 이루며 출렁거립니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새삼 내 눈 앞에 펄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은 듯, 눈이 부십니다. 안그래도 작은 눈이, 억새꽃 때문에 눈이 부셔 더 작아져 버렸습니다.

계속 오르다보니 산굼부리의 큰 분화구가 보였습니다. 이곳이 산굼부리 분화구구나. 이렇게 넓은 분화구를 보게 되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산굼부리처럼 대부분의 오름이 혹은 크게 혹은 작게 저마다에 어울리는 형태의 굼부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산굼부리는 산체에 비해 대형의 화구를 가진 특이한 형태로, 어떻게 보면 몸뚱이는 없고 아가리만 벌려 있는 것 같은 기이한 기생화산이랍니다.


드넓은 들판 한 군데가 푹 꺼져 들어간 커다란 구멍. 실제 그 바닥이 주변의 평지보다 100m 가량이나 낮게 내려 앉아 있다고 합니다. 이 희한하게 생긴 기생화산이 학술적 가치로나 관광자원으로서 보배롭게 여겨지고 있는 것은, 한국에는 하나밖에 없는 마르(Maar)형 화구이기 때문이랍니다.

a 산굼부리 분화구

산굼부리 분화구 ⓒ 양소영

분화구 옆으로 내려가는 산책로를 쭈욱 걸어가다 보면, 넓은 잔디밭과 억새꽃이 나를 반기는 듯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슴 동상이 높이 위치해 있는데 지나가는 꼬마가 사슴 동상을 보고 "말이다~!' 하는 바람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외에 제주 특유의 돌담을 둘러쌓은 무덤도 몇군데 보입니다. 들에 풀어 키우는 소나 말들이 무덤을 훼손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렇게 돌담을 쌓았다고 합니다.

억새꽃과 함께한 하루가 지나면서 배꼽시계가 뒤늦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축제장 주변 향토음식점에서는 토종닭 요리와 제주 흙돼지고기 바비큐, 빙떡, 해물파전 등 다양한 요리를 통해 제주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부산한 곳을 빠져나와 식구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토종닭집을 찾아갔습니다. 닭 샤브샤브와 함께 따뜻한 녹두죽은 정말 입안에서 녹아내렸습니다.

a 닭 샤브샤브

닭 샤브샤브 ⓒ 양소영

a 녹두죽

녹두죽 ⓒ 양소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