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공존하고 있다.김동식
화산이 선물한 천혜의 자연식물원
이 굼부리는 보기 드문 천혜의 자연식물원이다. 산굼부리 분화구의 식생은 독립적이다. 한라산 식생과의 오랜 단절을 거치면서 420여종이 모여 사는 '격리군락'이 형성된 곳이다. 특이한 것은 위치에 따라 일사량과 일조시간, 기온과 깊이 차이 때문에 '한지붕 다가족'으로 끼리끼리 살고 있다는 것.
산굼부리 정상에는 대체로 화본과(禾本科) 식물들이 많다. 그 틈새로 털진달래, 용가시나무, 청미래덩굴, 해송, 졸참나무, 산초나무가 자라고 있다. 또 물매화, 오이풀, 쑥부쟁이, 엉겅퀴, 미나리아재비, 쥐손이풀도 있다. 특히 꽃이 고운 물매화가 많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분화구의 남쪽벼랑에는 상수리나무를 비롯해서 졸창나무, 산딸나무, 단풍나무, 곰솔 등이 무성하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왕쥐똥나무와 상산, 제주조릿대, 복수초, 변산바람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와는 달리 햇볕이 잘 드는 분화구의 북쪽벼랑에는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희귀식물인 금새우란과 자금우, 겨울딸기가 자라고 있다.
산굼부리는 야생동물의 서식처로도 유명하다. 노루와 오소리 등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많은 곳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등산로에 나온 도마뱀을 밟을 수도 있다.
아쉽긴 하지만 분화구안으로는 직접 들어갈 수 없다. 대신 산마루에 설치해 놓은 전망경을 통해 산굼부리 지하세계를 관찰하면 그런대로 욕심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