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트럭 압사사건, '제2의 여중생 사건'으로 끝나려나

비대위, 규탄 기자회견 갖고 1일부터 광화문에서 1인 촛불시위

등록 2005.11.02 12:02수정 2005.11.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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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여중생 사건'으로 끝날 것인가.

지난 6월 동두천에서 발생한 미군트럭 압사사건과 관련 미군당국이 10월 중순경, 미군 운전병에 대해 일방적 '무죄' 결론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1일 용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미군트럭 압사사건 면죄부 주한미군 규탄' 기자회견
11월 1일 용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미군트럭 압사사건 면죄부 주한미군 규탄' 기자회견미군트럭압사비대위
이와 관련, 주한미군 대형트럭에 의한 압사사건 진상규명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일 오후 1시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미군당국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진상 규명과 정부당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금번 미군측의 조치는 10월 27일자 <성조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군 당국이 공식 방침을 발표한 적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미군당국은 사건 초기 유감 성명을 발표한 이래 사건 진행과정에 관해 단 한 차례도 공식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 그것은 한국 당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서 그러한 처분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 구체적 내용과 근거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땅이 미군의 살인운전 연습장이냐?

기사에 따르면, 미군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운전병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차량 운행에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 등 상급자들이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운전병에 대해서는 추가 운전교육을 명령하고, 중대장 등 지휘관 세 명에 대해서만 지휘 책임을 물어 '서면 견책'을 내렸다.

비대위측은 지휘 책임도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서면 견책에 그친 것은 처벌 수위가 너무 낮고, 운전병에 대해 재판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죄' 결론을 내린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군트럭압사비대위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어린 여중생을 죽게 한 미군장갑차 운전병도 무죄! 우유배달원 김명자씨를 죽게 한 미군트럭 운전병도 무죄! 이 땅이 미군의 살인운전 연습장이더냐?"며 공무 중 사건이라면 사람을 죽여도 면죄부가 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또 "이번 미군당국의 처사는 고 김명자씨를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여중생 압사사건에 이어 또 다시 살인미군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우리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한 것"이라며 미군 당국을 비난했다.


무책임한 정부당국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여중생 사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한 바 있지만 거부당했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재판권 포기 요청을 했을 뿐, 그 뒤로는 사실상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일, 이번 미군측 처분과 관련 미군당국에서 따로 결과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 역시 언론 보도가 나간 후 <성조지> 기사를 통해 처음 이같은 사실을 접한 뒤 현재 미군측에 사실을 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자국민이 죽었는데, 재판권을 행사하진 못할 망정 이후 미군당국의 처리 과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결과를 보고받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내오는 게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명한 사건에 대해 그 결과마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정부당국이 더 책임있는 자세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의혹투성이 사건, 재판도 없이 유일한 진상규명 기회 잃어

사고차량 모형.
사고차량 모형.미군트럭압사비대위
비대위는 정부당국에 대해 가능한 법률 검토를 거쳐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법정에서 미군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소한 사건의 진상이라도 밝혀내야 만이 근본적인 대응책도 내오고 제2, 제3의 '여중생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운전병은 경찰 수사 당시 차량 구조상 사각지대가 있어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 선탑자의 경고에도 차량 소음과 군용 헬멧으로 인해 "듣지 못했다", 사람과 수레를 치고 두 번이나 사람을 타고 넘어갈 때에도 "느끼지 못했다"며 자신의 과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경찰은 미군 측 진술만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검찰은 가해 미군들에 대해 소환조사 한번 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지연시키다 미군당국의 재판권 포기 거부 결정이 나자 곧바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당국은 재판조차 열지 않음으로써 마지막으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마저 거부한 셈이다.

한편 비대위는 1일부터 광화문에서 다시 촛불을 들고 1인 촛불시위에 나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1인 시위를 통해 그동안 한미당국이 철저히 은폐하고 왜곡해 온 이번 사건을 알리고 한미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모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광화문에서 1인 촛불시위에 나선 비대위 강홍구 대표.
광화문에서 1인 촛불시위에 나선 비대위 강홍구 대표.미군트럭압사비대위
비대위측 관계자는 "1인 촛불시위는 1차로 1일부터 4일까지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한 뒤 상황에 맞게 연장 여부를 포함해 장기적인 투쟁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미군트럭 압사사건'관련 자세한 소식은 비대위 홈페이지 http://usacrime.or.kr/truck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미군트럭 압사사건'관련 자세한 소식은 비대위 홈페이지 http://usacrime.or.kr/truck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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