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발전의 빛과 그늘, 그 10가지

이은희의 <하리하라의 과학블러그>

등록 2005.11.23 09:16수정 2005.1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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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표지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표지살림
전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책도 좀 쉽게 쓰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 들어 철학, 과학, 역사 따위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해 쉽게 만들어진 책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에게 어려운 전문 지식을 쉽게 풀이해 놓은 만화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에 비하면 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좀 부족해 보인다.

청소년기는 지적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다.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보고 싶을 때이기도 하다. 그들에겐 관심 분야의 전체적이고 대략적인 설명을 담은 책들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신 꿈을 구체화 시킬 수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 이은희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에 이어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를 통해 두 번째로 비전문가와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책을 냈다.


이은희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통해 저자 자신의 전공 분야이기도 한 생물학 전반에 관해 이해를 도왔다.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에선 현대과학 중 10가지 이슈를 골라 그 양면성을 밝히고 있다. 각 텍스트는 일정한 구성을 갖추고 있어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첫째, 항생제에 대한 논란에 앞서,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레밍이 실수로 플레이트에 핀 푸른 곰팡이를 버리지 않고 배양시킨 것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이렇듯 과학적 발견은 때로 우연한 사건을 놓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이때 발견된 항생제는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를 급격히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기적의 약'으로 불리는 페니실린은 그 장점만큼이나 큰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항생제 복용, 동물에 행해진 무차별 항생제 투여로 체내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병원균을 죽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간과 동물들은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해야만 약효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동물의 항생제 투여로 인간은 이제 항생제를 직접 투여하지 않아도 음식을 통해 체내에 항생제 내성균을 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 유전자 조작 식품은 어떤가. 왓슨과 크릭에 의해 이중나선 모양으로 꼬여 있는 DNA의 구조가 생물체의 유전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이어 붙일 수 있게 된 것은 스미스와 네이선스에 의해서다. 그들의 발견은 생명체 유전자 재조합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인슐린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시들지 않고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유전자 조작은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인 동시 자본가들에 의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으로는 유전자 조작 식물이 인체에서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 외에도 이 책은 시험관 아기의 탄생, 장기이식의 발전, 비만 극복 프로젝트, 환경호르몬의 공격, 백색식품 과잉시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 석유 에너지의 개발을 다루면서 과학적 발견 과정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학 이슈를 다루면서 저자는 과학도로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학이 주는 폐해로 인해 연구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게 자신의 입장임을 밝히고 있다.

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내놓은 결과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나아가서는 인간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닙니다. 그 결과가 자칫 잘못 쓰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연구 자체를 막아서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우리는 장독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장을 담가 신경써서 돌보는지 아닌지를 감시해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질타도 하며, 뚜껑도 씌우고 햇빛도 쬐어주어 맛있는 장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과학의 양면성이란 늘 그렇듯 과학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의 손에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과학에 대해 무조건 맹신하거나 비판하기 전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낸 의도다. 그래야만 누구든 지금 벌어지는 과학현상에 자신의 의견을 정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 과학지식은 이제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독점되거나 권력과 상업적 목적에 편승해서 정의롭지 못한 것에 쓰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관심과 비판이 더욱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제목 : 하리하라의 과학불로그
저자 : 이은희
출판사 : 살림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목 : 하리하라의 과학불로그
저자 : 이은희
출판사 : 살림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살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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