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희망을 부르는 신발들…. 포이동 마을회관에서 공부방 교사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 이틀 전 내린 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골목길박수호
다래와 보람이가 사는 곳은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멀리 보이는 초고층 아파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곳은 강남의 '작은 섬'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빈민촌이다. 비가 온 건 이틀 전인데도 길은 여전히 질척거렸다. 나무와 슬레이트로 잇댄 집들이 얼기설기 모여 있는 가운데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좁은 시멘트 골목길은 을씨년스럽게 내장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기온에 마음마저 얼어붙을 즈음 마을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겨울에 다녀갔던 대학생들이 이번 겨울부터 자발적으로 공부방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간 자식들을 제대로 공부 한번 시켜보지 못한 게 늘 가슴에 한이 되었던 터였다.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 위원장' 조철순씨에게도 이 소식만큼은 흐뭇하다.
"고맙죠. 저희야 그렇다지만, 하고 싶어도 부모가 못 대줘서 못하는 심정 오죽하겠어요? '내 자식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 하면서도 손쓸 방도가 없었어요. 이렇게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주니 뭐라고 고마워해야 할지…."
포이동 공부방의 산파 역할을 한 김규남(26 서강대 4)씨. 지난 겨울 빈민활동이 계기가 되어 이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하지만 각 학교 게시판과 화장실마다 교사 모집 벽보를 붙이러 다닐 때만 해도 '과연 이게 될까?' 싶었단다.
기적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 달만에 40여 명 이상이 교사로 지원해 지금은 더 이상 인원을 받기 힘들 정도다.
지난달 6일 감격적인 '포이동 공부방 준비모임 결성식'을 치러낸 이후 현재 2개월간의 교사교육을 진행 중이다. 가르치는 것도 시급한 문제지만, 우선 지원 교사들이 포이동과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에서다. 교육 프로그램도 '포이동 실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이 당당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 등으로 꾸며졌다.
포이동 공부방은 내년 1월 2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신청한 아이들도 14명이다. 그전에 보람이나 다래처럼 원하는 이들에게는 우선 개인별로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시작이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원 마련. 일단 교육 공간은 마을 회관으로 잡았지만 단칸방인 데다 학생들 또한 다양한 학년이라 자칫 산만한 분위기 때문에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보람이와 다래 역시 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선생님이 앉아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사들이 5천원의 회비를 내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교사 교육프로그램 진행도 벅차다.
최근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부의 공부방 지원대책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월 지원금을 68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는 대신 교육목적 건물 25평 이상(20인 이하는 18평)의 시설을 갖추도록 기준을 강화했는데 이 기준에 따른다면 포이동 공부방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소지가 다분한 데다 오히려 단속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부가 외면한 포이동 266번지에서 공부방을 세우는 만큼 국가 보조는 어불성설"이라는 김규남씨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라며 "그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현행 법으로 포이동공부방은 오히려 단속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