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266번지 지키기' 문화제 열려

등록 2005.09.02 07:02수정 2005.09.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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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 서울시의 구획정리로 잃어버린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소 되찾기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5 여름 빈민현장 활동 참가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은 1일 오후 강남역 앞에서 문화제를 열고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촉구했다.

a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서울시에 촉구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서울시에 촉구했다 ⓒ 포이동266번지대책위

이날 행사는 오후 5시 30분,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문화제의 막이 올랐다. 포이동 266번지 풍물패의 신명나는 장단이 한껏 흥을 돋웠다. 해질 무렵 근처 빌딩숲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번지 없는' 주민들의 기막힌 사연에 기꺼이 희망의 연대 쌓기에 나섰다. "힘내세요.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딴섬이 아닙니다~."

1981년 3월 군사정권은 이른바 자활근로대 1000여명을 '몰이'하여 서울 서초동 현 정보사 뒷산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기막힌 인생유전 서곡이었다. 주민들은 그동안 사회의 냉대 속에 시민권마저 짓밟혔다. 여기에 서울시가 1990년부터 해마다 물리고 있는 토지 변상금은 이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질곡은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도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가난의 사슬에 묶여 벗어날 수가 없다. 1988년 12월 31일 서울시가 기존의 200-1번지를 없애고 대신 266번지를 신설했지만 이들에겐 새 주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200-1번지 '유령 인간'으로 17년째 살고 있는 것.

"토지 변상금 철회하고 주민등록 즉각 복원하라"

한바탕 율동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사회적 약자를 감싸려는 참가자들의 연대의 정이 이어졌다. 특히 대학생 참가자들은 시민을 상대로 선전물을 나눠주고 즉석에서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 촉구를 위한 서명을 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a 이날 강남역 앞을 지나가던 많은 시민들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이날 강남역 앞을 지나가던 많은 시민들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 포이동266번지대책위

2005 빈활 실천단 학생모임은 선전물을 통해 "참된 민주는 결코 어느 누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면서 "시민의 정당한 권리가 십수 년에 걸쳐 무시되는 사태를 눈감고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앙코르 곡으로 '힘들지요'를 부른 민중가수 박준씨는 "주민등록 등재를 위한 싸움, 포이동의 뚝심으로 반드시 승리하자"며 희망을 얘기했다.

이에 조철순 포이동266번지사수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계획적으로 포이동 266번지 주민 죽이기에 나선 국가 공권력에 맞서 그동안 모진 고통을 견뎌왔다"며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연대해 준 여러 동지들을 보니 절로 힘이 솟고 용기가 생긴다"며 "끝까지 싸워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문화제를 기획한 김소연(성대 사회복지 3)씨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과거가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아무리 진실을 감추려 해도 드러나지 않는 진실은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포이동 266번지에서 7일 동안 빈민현장을 체험하면서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빈민들의 삶에 대해 실천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오늘은 가장 작은 단계에서 시작하지만 앞으로 더 큰 싸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2시간 동안 펼쳐진 이날 거리문화제는 참가자 모두가 어깨동무를 하여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합창하면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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