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망치에 쓰러진 비전향 장기수 묘역

HID국가유공자 파주본부동지회, 보광사 통일애국열사묘역 비석 6기 훼손

등록 2005.12.05 17:51수정 2005.12.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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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대체: 5일 밤 9시] 일부 비전향장기수들, 유골 5기 수습해 가져가

비전향 장기수 묘역이 쇠망치에 훼손된 것과 관련, 묘역의 유골 일부를 수습해 가져간 것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가 아니라 일부 비전향 장기수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비전향장기수들은 오후 5시 40분경, 훼손된 묘역의 유골 5기를 수습해 가져갔다.

[1신: 5일 오후 4시] 주민 등 130명, 묘역 철거 가두시위

a HID국가유공자 회원들이 쇠망치로 비석을 부수고 있다(사진 제공: 파주시청).

HID국가유공자 회원들이 쇠망치로 비석을 부수고 있다(사진 제공: 파주시청).

경기도 파주시 보광사(광탄면 영장2리 산 50-4번지 일원) 내 비전향 장기수의 유해를 모신 '통일애국열사묘역'이 오늘 오전 10시 30분께 보수단체인 HID국가유공자 파주본부동지회(회장 최승영) 회원들에 의해 파손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와 기산리 노인회(회장 강병모), 노인회 광탄분회, 광탄면 이장단협의회, 인근 지역 주민 등 130여 명은 보광사 앞에서 묘역 철거를 요구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주민 시위대에 합세한 HID국가유공자 파주본부동지회 10여 명은 가지고 온 쇠망치로 묘역 내 비석 6기를 부수고 쓰러뜨렸다.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지만 회원들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순식간에 쇠망치로 비석을 파손했다.

a 노인회원들과 주민들이 묘비철거를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제공: 파주시청).

노인회원들과 주민들이 묘비철거를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제공: 파주시청).

또 이들은 비석 잔해에 붉은 페인트를 흩뿌리기도 했으며 파손된 묘역에 '비전향 장기수 ㅇㅇㅇ 묘'라고 적힌 비목을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보광사 측과 주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보광사 '통일애국투사묘역'은 지난 5월 27일 보광사 입구 총 77.6평의 산림에 비전향 장기수 6명의 유골을 안치하며 조성됐다.


지난 1일 <조선일보> 등에서 '애국투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으며 논란이 돼 왔다. 지난 2일 새벽에는 묘역 입구에 있던 안내석에 '반역들의 무덤'이라는 글씨가 빨간색 페인트로 쓰여지고 국가유공자 가족들에 의해 비석이 쓰러지기도 했다.

한편 파주시청은 "해당 묘역이 묘지 매장 절차 등을 정식으로 밟지 않았으며 보광사 대웅보전과 보전이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묘역을 설치하려면 형상변경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문화재보호법과 산림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 비전향장기수를 미화한 것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쓴 것으로 보이는 묘비석의 글씨.

비전향장기수를 미화한 것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쓴 것으로 보이는 묘비석의 글씨. ⓒ 김준회

보광사 측은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2일 밤 9시께 중장비를 동원해 묘역 입구에 세워져 있던 안내석을 자진 철거했다.

보광사의 한 관계자는 "장기수 문제는 체제와 이념, 이데올리기의 문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을 묻어줄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념으로부터 건강하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또 인도주의적인 면에서 매장 요청을 받아들여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묻어준 것일 뿐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 국가유공자 가족이라고 밝힌 남자들에 의해 쓰러진 비석.

국가유공자 가족이라고 밝힌 남자들에 의해 쓰러진 비석. ⓒ 김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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