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 "장기수 묘역 훼손 조장 언론 반성해야"

13개 종단 '비전향장기수 묘역파손과 유골송환에 대한 입장' 12일 밝혀

등록 2005.12.12 18:16수정 2005.12.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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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2월 12일 조계사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묘역파손과 유골송환에 대한 종교인 기자회견. 이들은 "이 땅 어디에도 묻힐 수 없는 비전향장기수와 이미 파헤쳐진 유골 송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며 장기수와 유골송환을 촉구했다.

12월 12일 조계사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묘역파손과 유골송환에 대한 종교인 기자회견. 이들은 "이 땅 어디에도 묻힐 수 없는 비전향장기수와 이미 파헤쳐진 유골 송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며 장기수와 유골송환을 촉구했다. ⓒ 이철우

불교·원불교·개신교·천주교·유교를 비롯한 13개 종단이 '파주 보광사 비전향장기수 묘역 파손'을 비판하며 '유골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견지동 조계산 설법전에서 12일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사상과 신념이 다르다고 이 땅 어디에도 묻힐 수 없는 비전향장기수와 이미 파헤쳐진 유골 송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장기수 묘역으로 '국가정체성이 흔들린다', '사회가 좌경용공화된다'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단체의 주장은 이미 상식을 벗어났다"며 "사상·이념문제가 불거지자 비전향장기수들이 자진 철거 뜻을 밝혔는데도 묘역까지 파손한 행위는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관용의 문을 닫게 한 무지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낡은 이념과 사상으로 망자의 죽음까지 이용하는 개탄스런 현실 앞에 종교인들은 참담한 심경"이라며 "이번 사건을 조장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보수단체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양재혁 교수(민중유교연합회)는 "조선조 5백 년 동안 유교의 철학 기초는 '예의'이며 예의 중에서 가장 높은 예의가 '상례'이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제례'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대처를 해야 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민족이 화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유교는 우리식구와 주변 이웃과 인간사이 사랑이라는 인정정신이며 '인(仁)'이라는 글자가 '인(人)'변에 '두이(二)'자로 된 것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둘이 함께 산다는 뜻이다"며 "서로 다른 사람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일 신부는 "묘지를 훼손한다는 건 우리 도덕, 윤리, 문화상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이 땅에 묻힐 곳이 없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여섯 분의 유해를 송환하고 2차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분들이 고향에 돌아가 살 수 있도록 종교인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광수 목사(고난함께)는 "묘역 파손에 앞장선 북파공작원도 분단의 희생자인데 같은 분단 희생자들이 이렇게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2차 송환과 유해송환으로 분단이라는 뿌리 깊은 질곡으로 사악하게 바뀐 우리민족의 심성을 되돌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관 스님(불교인권위)도 "이 문제는 정부가 책임질 문제이며 통일부는 송환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몸이 안 좋은 분들이 많으니 제2의 정순택 선생이 나오기 전에 하루 빨리 송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재촉했다.


2차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들은 지난 10월 2일 '유해송환'한 정순택 노인과 그동안 송환을 꿈꾸다 숨진 김태수·김경선·장광명·정순덕 노인을 빼고 나면 28명뿐이며 그나마 75~90세의 노인들로 후유증과 병에 시달리고 있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를 비롯한 시민·사회·종교·인권단체들은 '살아있을 때 조건 없이 송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9월22일,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고 밝힌 바 있으나 그 이후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http://www.chammalo.com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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