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묘역 훼손은 현대판 부관참시"

사회단체 원로들 보수단체 규탄...'유해송환' 강력 요구

등록 2005.12.09 16:38수정 2005.12.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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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비전향장기수의 묘역이 훼손한 사건과 관련 각계 시민사회단체 원로대표들은 12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전향장기수들의 유해를 즉각 북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알려진 대로 지난 12월 5일 북파공작특수임무동지회 등 3개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은 파주시 보광사에 마련된 비전향장기수 묘역 '통일애국열사묘역 연화공원'에 난입해 비석을 파손하고 유골이 드러날 정도로 묘를 훼손한 바 있다. 이 묘역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중심이 되어 지난 5월 보광사 경내에 마련된 것으로 눈을 감기 직전까지 고향을 그리워한 장기수 선생들의 뜻을 기려 고향인 북녘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파주에 마련했던 것이다.

a 12월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60여 각계 원로대표들은 장기수 선생들의 유해를 고향인 북으로 송환해 달라고 촉구했다.

12월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60여 각계 원로대표들은 장기수 선생들의 유해를 고향인 북으로 송환해 달라고 촉구했다. ⓒ 박준영

이 날 기자회견을 가진 각계 사회단체 원로인사 60여 명은 "이번 사건은 조선시대 초기 이래 사라진 부관참시의 현대판"이라며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고문과 옥살이를 당했던 비전향장기수들이 죽어서까지 이런 만행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신념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는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림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재혁 성균관대 교수는 "어진 인(仁)자는 사람 두 명이 모여 생긴 글자로 그 뜻을 새겨보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함께 대화를 통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민족분단의 처참한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죽어서나마 그리운 고향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린 묘역을 훼손한 것은 인간의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는 전창일 선생은 "죽은 사람의 사상까지 탄압하는 이들은 인륜을 거슬렀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만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원로대표들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현재 생존해 있는 장기수 선생들과 함께 고인들의 유해를 소원대로 조속히 송환할 것을 요구했으며 오는 12월 12일 대책위를 꾸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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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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