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세계인구 절반을 네티즌으로

[정보격차를 줄이자 ⑤] 기고 - 개리 채프만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장

등록 2005.12.19 14:57수정 2005.12.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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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물결 속에서 정보 격차는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연령별·소득별·지역별 정보 격차는 쉽게 줄어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보통신(IT)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정보 격차 해소에 이바지해야 할 책임과 과제가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외 정보 격차의 실상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한 기획 연재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섯 번째로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개리 채프만 교수의 기고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정보격차(Digital Divide)'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어언 10년이 됐다. 빈곤층이 인터넷과 컴퓨터를 접근하는데 있어 격차가 있음을 보이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이 말은 1995년 미 상무부 주도로 작성된 '교외 및 도시지역의 정보 빈곤층에 대한 보고서'라는 연방정부문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통신망에 접속된 계층과 차단된 계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정보격차'라는 단어는 이후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기 시작했고 세계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갖가지 해결책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선진국이나 부유한 나라에서 이미 사용 중인 기존의 익숙한 기술들을 보급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 등의 보급을 늘린다는 접근법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이들은 이런 기술적 수단들이 돈이 없는 지역에 보급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가격이 급락하고 무료소프트웨어의 성능 역시 개선되면서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일고 있다. 또 IT기업들 역시 예전처럼 부유한 상위 소비자들에게나 통용될 수 있을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대신, 저소득층이나 세계의 빈곤지역에 보급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장비를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a 유엔은 향후 10년에 걸쳐 세계인구의 절반을 인터넷에 접속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MIT의 100달러 짜리 노트북 컴퓨터, 오른쪽은 어떤 열악한 전원에서도 사용 가능한 AMD의 저가 컴퓨터 PIC.

유엔은 향후 10년에 걸쳐 세계인구의 절반을 인터넷에 접속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MIT의 100달러 짜리 노트북 컴퓨터, 오른쪽은 어떤 열악한 전원에서도 사용 가능한 AMD의 저가 컴퓨터 PIC.

세계의 인터넷 활용 실태

아마 내년 안에 인류는 인터넷 접속자 수 10억 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기념비적 성과임에 분명한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인터넷이 날로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는 휴대전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인터넷 성장속도는 특히 그간 보급이 더뎠던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세계인구의 1/4이 살고 있는 중국 등의 지역에서 가파르게 올라 무려 연 200%에 육박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 10억 명을 처음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에 비해 또 다시 1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는 훨씬 시간이 적게 걸릴 것이며 이에 따라 21세기 중반 경에는 세계인구의 태반이 인터넷에 접속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0억이라 해도 아직 세계인구의 1/6 수준이며 백분율로는 16%에 불과한 수치다. 다시 말해 세계인구의 84%가 아직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데 인터넷에 푹 빠져 살고 있어 이제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이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엔은 향후 10년에 걸쳐 세계인구의 절반을 인터넷에 접속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유수한 반도체 회사인 AMD 역시 유엔의 이 목표를 자사의 프로그램에 적극 받아들여 '50x15'라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AMD의 대표이사 헥토르 루이즈는 지난 200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이 프로그램을 주창했다. 다른 그룹들 역시 다양한 계획들을 쏟아냈으며 유엔이 2003년 스위스 제네바와 2005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각각 개최한 '세계정보사회 정상회담'에서도 정보격차 문제가 핵심 의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아직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 수 십억 명에게 보급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무적인 기술혁신 또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긍정적인 진전들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컴퓨터 가격의 급락과 무료 소프트웨어의 등장에 힘 입은 바 크다.

최근에는 초고속 무선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값 비싼 유선 인터넷에 아예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데 있어 경제적 제약이 많이 해소됐다. 또 아예 통신 인프라가 전혀 없는 곳에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롭고도 별난 방안들 또한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변화 중 가장 고무적인 것은 주요 IT기업들이 그 동안의 익숙한 경제논법으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라들에서도 새롭게 시장기회를 발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세계인구의 태반을 차지하는 소위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지역이 바로 그 곳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이들 나라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들 나라의 경제성장률 탓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북미나 서유럽의 IT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를 보여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속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지역의 부상은 멀지 않은 미래에 저소득층을 겨냥한 컴퓨터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AMD의 개인용 인터넷 접속기인 'PIC 컴퓨터'는 연 소득 1천 달러에서 7천 달러 사이의 저소득 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 가구는 세계인구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연간소득에 해당하는 기존의 값 비싼 컴퓨터들이 파고들 만 한 여지는 없는 시장이다. PIC 컴퓨터의 가격은 180달러이며 AMD측은 향후 5년 내에 50달러까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미로운 새로운 기술적 진전

AMD의 PIC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능을 단순화 한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한 편에 저소득층 시장에 걸 맞는 몇 가지 흥미로운 기능 또한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컴퓨터는 배터리, 불량전기, 소형 발전기 등 어떤 전원에서도 돌아갈 수 있다.

컴퓨터 가동 중에 정전이 발생한다 해도 기계에는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세계의 빈곤지역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전력 문제 등에 컴퓨터를 적응시키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식의 접근방법이다.

미국 MIT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연구원들과 컴퓨터 제조업체들을 모아 팀을 꾸려 1백 달러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만든 뒤 지난 11월 튀니지에서 열린 세계정보사회정상회담에서 이를 선보였다. 이 노트북 컴퓨터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배터리나 기존 전력으로도 구동되며 응급 시에도 몇 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동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a 미국의 <퍼스트마일>사는 아프리카와 인도 등 정보화 후진국에서 이메일을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 뒤 오토바이나 버스로 오지의 사용자에게 배달해 주는 '저장 후 송신'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미국의 <퍼스트마일>사는 아프리카와 인도 등 정보화 후진국에서 이메일을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 뒤 오토바이나 버스로 오지의 사용자에게 배달해 주는 '저장 후 송신'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 Firstmile

무선기술 역시 기존의 값 비싼 유선 망을 대신해 오지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아리드 랜드 정보네트워크 사는 통신위성을 이용해 남부 이디오피아와 케냐, 탄자니아 지역에서 전산망을 운용 중이다. 이 컴퓨터 중 일부는 가난한 농부들이 휴대용 라디오로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MP3 음성파일을 전파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은 '저장 후 송신' 기법이다. 이는 통신인프라가 전혀 없는 오지의 마을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퍼스트 마일 솔루션> 이란 회사가 개발한 이 방법은 송전 망이 있거나 발전기 혹은 태양전지 등을 갖춘 오지의 마을에 무선 인터넷 키트를 보급하는 것이 골자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마을 주민들은 이 방법을 통해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열어보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짝을 이루는 무선 수신기를 버스나 오토바이 등에 설치한 뒤 주기적으로 마을 들을 순회 방문한다. 수신기를 장착한 차량이 오면 마을에 설치한 컴퓨터에 입력된 이메일 정보가 차량수신기의 하드드라이브에 송신되며 이것을 인터넷 접속이 되는 액세스 포인트로 운송한다.

만약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해 있으면 차량수신기가 이것을 마을의 컴퓨터에 무선으로 전송한다. 남아프리카의 <위지 디지털 배달부>라는 그룹이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값싼 RAM 메모리 기반의 엄지형 드라이브를 이용해 이런 '데이터 되새김질'을 시도 중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적 진전은 기존의 값비싼 유료 소프트웨어 대신에 무료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리눅스. 리눅스는 MIT가 개발한 100달러짜리 노트북 컴퓨터에도 채택됐으며 세계 곳곳에서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중인 활동가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정부 기관이 사용중인 30만대의 컴퓨터를 모두 리눅스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남미 전체에 걸쳐 무료소프트웨어를 보급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리눅스의 변형인 우분투 라는 운영체제가 사용법이 쉽고 아프리카 시장에 적절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또 효율성이나 인기 양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무용 프로그램 오피스를 대체하는 '오픈 오피스'나 현존하는 최고의 웹 브라우저로 평가 받고 있는 '파이어폭스'처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 또한 점차 늘고 있다. 요즘엔 완전히 무료 소프트웨어 만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는 PC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 또한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구글과 야후는 이메일, 온라인 지도, 데이터베이스, 사진공유. 검색 서비스 같은 새로운 기능들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몇 년에 걸쳐 우리는 데스크톱 용으로 포장된 소프트웨어를 사는 대신에 인터넷 상의 무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쪽으로 큰 방향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인터넷에 접속된 저소득층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능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완전히 무료거나 저가여서 기존의 값비싼 전화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VOIP(인터넷 전화)가 있다.

그래도 세상에는 PC나 인터넷 사용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사이버카페나 공동 컴퓨터 센터 등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약 1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있지만 이 중 PC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또 페루에서는 90%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까비나스 프리바다스'라는 사이버카페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사용자들을 위해 공용PC를 쓰면서도 마치 개인용 PC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술 또한 개발되어 있다. 브라질의 사이버카페에서는 공용PC에 삽입할 경우 개인별 선호환경, 이메일, 개인일정, 주소록, 사진 등을 재현해 주는 저렴한 CD롬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할 경우 공용 PC를 쓰면서도 마치 개인용 PC를 사용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결론

a G. 채프만 교수

G. 채프만 교수

인터넷이 앞으로 세계 곳곳에 보급될 것이라는 징조가 많이 보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지역이 또한 인터넷 서비스를 찾기가 가장 힘든 곳이다. 컴퓨터 값의 하락과 새로운 무선기술, 무료 소프트웨어 그리고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과 더불어 인터넷 사용인구 10억 명을 돌파해 향후 20억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유엔의 목표대로 향후 10년 내에 50%의 보급률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수 십억 명의 신규 사용자들이 인터넷이 자신과 자녀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도록 설득하는 것일 것이다.

a

덧붙이는 글 | 개리 채프만 교수는 현재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의 소장이며 텍사스 주립대학 'LBJ 공공문제연구소'의 정회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는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채프만 교수는 또 텍사스의 유력지인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개리 채프만 교수는 현재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의 소장이며 텍사스 주립대학 'LBJ 공공문제연구소'의 정회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1세기 프로젝트 연구소'는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채프만 교수는 또 텍사스의 유력지인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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