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기영은 죽고 김병준은 산다?

서울대 최종조사 결과 발표된 이후 거취 결정할 듯

등록 2005.12.23 18:50수정 2005.12.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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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와대 안팎에서 '황우석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김병준 정책실장(왼쪽)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청와대 안팎에서 '황우석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김병준 정책실장(왼쪽)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연합뉴스 김득진


황우석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과연 청와대 입성 2주년을 앞두고 경질될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황 교수의 '든든한 후원자'인 박 보좌관에 대한 인책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달라진 청와대 분위기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박 보좌관 거취문제에 대해 "논의되거나 검토된 적이 없다"고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다만 김만수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거취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를 평가하고 향후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 보좌관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언론과 시민사회, 정치권의 인책 요구를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박 보좌관의 사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거나 "파면요구는 정치공세"라며 정치권·시민단체의 경질공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온 것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중간발표라고 하지만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했던 주요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이상 '황우석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박 보좌관의 거취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황 교수가 이날 서울대 교수직 사퇴 의사까지 밝힌 점도 적지 않는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인책론에 대한 명분을 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여론에 밀린 쇄신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박기영 보좌관


박 보좌관에 대한 책임론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는 이미 황 교수 줄기세포 연구에 불법 매매난자가 사용됐다는 윤리적 의혹이 제기됐을 때 황 교수를 옹호했으며, 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과의 접촉마저 끊어버려 눈총을 받았다. 또 < PD수첩 > 취재팀의 취재활동과 관련 편파적인 보고서를 올려 노 대통령의 판단을 흐렸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게다가 박 보좌관은 지난 1월 황 교수로부터 직접 "줄기세포 6개가 오염됐다"는 중대한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 "세포 배양실험을 하다 보면 오염(사고)는 가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해 그가 줄기세포 오염사고를 매우 안일하게 처리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 보좌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입성한 이래 ▲황우석 연구지원 모니터링 운영 ▲황우석 지적재산 관리팀 구성 ▲'황금박쥐' 모임 결성 ▲'최고과학자상' 신설 ▲지원금 확대(2004년 65억원→2005년 265억원) 등을 주도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황 교수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황우석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불려왔다.

그럼 김병준 실장은?

박 보좌관과 함께 노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김병준 실장도 인책론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황우석 교수, 박기영 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등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황금박쥐' 모임에 참여해왔다. '황금박쥐' 모임은 일종의 '권력내 네트워킹'으로 정부 차원의 황우석 지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달 28일 김형태 변호사(줄기세포 검증 과정에서 황 교수팀과 < PD수첩 >팀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함)로부터 "황 교수 논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가 김 실장이 김 변호사를 만난 것을 두고 그가 황 교수와 MBC 간에 중재를 시도했다는 눈총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중재설을 일축하면서 "당시 김 변호사와 만난 뒤 황 교수 측에 '어떤 방식으로든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황우석 지원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쪽은 박 보좌관이 아니라 김 실장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책임도 박 보좌관 못지 않게 무겁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청와대에서는 박 보좌관의 인책론은 불가피하겠지만 김 실장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김 실장의 경우 김형태 변호사와의 만남을 둘러싼 의혹들이 충분히 해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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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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