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의장의 '거짓말'과 '해명'

시민단체 "의장에게 속았다" - 의장 "중대선거구가 소신 맞다, 하지만..."

등록 2005.12.28 19:24수정 2005.12.28 20:15
0
원고료로 응원
a 28일 민주노동당 소속 당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전시의회 황진산 의장실에서 면담을 요구하자 의회 직원들이 의장이 없어 면담이 어렵다며 자리를 비워 즐것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민주노동당 소속 당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전시의회 황진산 의장실에서 면담을 요구하자 의회 직원들이 의장이 없어 면담이 어렵다며 자리를 비워 즐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시의회가 27일 4인 선거구를 2인으로 분할하는 '기초의회 선거구 의원정수 개정 조례'를 기습 통과한 가운데 황진산 의장(한나라당)이 민노당 관계자 등을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황 의장은 거짓말 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동당 대전시당과 대전지역시민단체 임원 6명은 28일 오후 3시 30분경 대전시의회 의장실을 항의방문했다. 하지만 황 의장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사학법 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거리집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의장실을 비웠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황 의장이 공당의 간부들과 시민들을 거짓말로 농단했다"며 "의장직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지난 22일 "중대 선거구 내 소신, 언론에는 알리지 말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김양호 사무처장 등에 따르면 황 의장은 지난 22일 선거구 의원정수 조례문제로 민주노동당 간부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4인 선거구 해당지역 시의원들로부터 의원정수를 수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가 옳다고 생각하는 만큼 선거구 분할안이 올라오면 부결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황 의장은 이어 "광역의회 의장단 회의에서도 4인 선거구 분할안을 부결시키기로 한 바 있는데 다른 의회에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대전시의회의 경우 분할안을 부결시켜 중앙선관위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황 의장은 또 "(조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내달 8일에서 18일경에 잡힐 것"이라며 "만약 이달 내에 일정이 잡히면 반드시 통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황 의장은 "이같은 개인적 소신이 알려지면 내가 곤란해 질 수 있으니 언론에는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시의회는 27일 오전 9시 본회의를 열어 관련 수정조례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또 본회의 개최 건에 대한 사전 공지는 관련 해당 의원과 관련 의회 공무원에게만 은밀하게 했다.

지난 26일, 수정조례안 발의 "내 이름 왜 들어 있지?"


a 같은 시각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집회에 참석한 황진산 대전시의회 의장.

같은 시각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집회에 참석한 황진산 대전시의회 의장. ⓒ 장재완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을 더욱 어이 없게 한 것은 2인 선거구로의 분할을 골자로 한 수정조례안 발의 의원 명단에 황 의장이 포함돼 있었던 것. 대전시의회 의안담당 관계자는 "지난 26일 저녁 무렵 8명의 의원명으로 수정조례안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발의 의원은 황 의장을 비롯 이상태 김영관 송재용 김재경 이명훈(이상 한나라당) 박용갑(국민중심당) 강홍자(민주당) 의원 등이다.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김 사무처장은 "대전시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시의회 의장이 공당 임원과 대전시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셈"이라며 "의장직 사퇴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가 옳다는 소신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황 의장은 "하지만 전국 시도의회의장단 회의에서 선거구 분할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약속하고도 다른 시도의회에서 이같은 약속을 깼다"며 "대전시의회만 타 시도 의회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본회의 일정을 사전 공지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나도 당일 밤 12시가 넘어서 본회의 일정을 통보 받았다"며 "그때 민주노동당 등에 알린들 무슨 의미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황 의장은 수정조례 발의안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발의 의원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있나? 나도 왜 들어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의회는 27일 오전 9시 본회의를 열고 4인 선거구를 2인으로 분할하는 '기초의회 선거구 의원정수 개정 조례'를 기습처리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 기초의원 4인 선거구는 하나도 없고, 3인 선거구 11개, 2인 선거구 11개 등 총 22개의 선거구에서 55명의 의원을 뽑게 됐다. 총 정수는 63명이며 비례대표는 8명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