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스타들, 안방극장 속속 복귀

편향된 '스타 파워'에 부정적인 시선도

등록 2006.01.10 11:13수정 2006.01.10 11:12
0
원고료로 응원
감우성은 2002년<현정아 사랑해>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감우성은 2002년<현정아 사랑해>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두사부필름
올해는 소문만 무성하던 스크린 톱스타들의 안방극장 복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배용준, 손예진, 이병헌, 감우성 등 근래 스크린 진출 이후 브라운관에서는 활동이 뜸하던 스타급 배우들이 하나둘씩, 차기작으로 TV 드라마 출연이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외출>과 <작업의 정석>을 통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굳건하게 자리잡은 손예진과 <왕의 남자>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감우성은, 최근 <고스트 맘마> <찜>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연애시대>의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안방극장 복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손예진은 2003년 <여름향기>, 감우성은 2002년 <현정아 사랑해> 이후로 오랜만의 TV 드라마 출연이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블록버스터 시대극 <태왕사신기>의 출연진이다. 한류를 대표하는 톱스타로 자리잡은 '욘사마' 배용준이 <겨울연가> 이후 5년만의 복귀작으로 대하사극 주연을 택한 것도 이채롭지만, <사랑해 말순씨>의 문소리와 <왕의 남자>의 정진영 등 드라마 출연 경험이 거의 없이 주로 영화에서만 활동해왔던 정상급 배우들도 이 작품을 통해 안방극장에 첫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장동건, 권상우, 최지우, 김래원, 하지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톱스타들이 모두 공공연히 차기작으로 오랜만에 TV드라마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신인급 배우들에게 의존하던 안방극장은, 모처럼 풍성한 스타시스템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 TV 드라마는 수많은 스타급 배우들에게 '화려한 오늘'을 만들어준 '고향'이나 다름없다. 지금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의 대다수가 TV 드라마를 통하여 얻은 인기를 발판삼아 스크린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용준은 <젊은이의 양지>와 <겨울연가> <첫사랑>을 통하여, 이병헌은 <백야 3.98> <아름다운 날들> <아스팔트 사나이>, 손예진은 <맛있는 청혼> <여름향기> 등의 작품을 통하여 국내 TV 드라마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모두 영화배우로서 주목받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배우들은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 후 좀처럼 TV에 복귀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무대를 가라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해온 배우들도 있지만, 대개 스타급 배우들은 한 번 스크린에서 자리잡고 나면, 상대적으로 제작 환경이 열악하고 피로도가 높은 드라마를 기피하고,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스크린 진출에 실패하여 어쩔 수 없이 브라운관으로 되돌아온 경우를 제외하면, 김정은, 정준호 등 최근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들의 드라마 출연이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안방극장의 '스타 기근' 현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던 전도연은 지난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윈윈 효과를 이끌어냈다.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던 전도연은 지난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윈윈 효과를 이끌어냈다.영화사 봄
갑작스럽게 배우들이 다시 안방극장으로 리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최근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드라마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목받기 쉽지만 그만큼 흥행에 대한 위험부담도 높은 영화에 비해, 장기 레이스인 TV 드라마는 주인공이 홀로 짊어져야하는 부담이 적은 데다, 보다 대중적인 장르로 수많은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오가며 '잘되면' 드라마 홍보 효과와 배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상호 '윈윈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을 동시에 선보이며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스타들의 전략이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너는 내 운명> 과 <프라하의 연인>을 동시 히트시킨 전도연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 반면 <루루공주>와 <사랑니>를 선보인 김정은은 그 반대의 전형으로 꼽힌다.


또한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외주제작사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사전 제작 제도가 가능해지면서 드라마 제작환경도 많이 개선된데다가, 한류스타들을 보유한 기획사에서 직접 드라마 제작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나서 스타급 배우 확보가 보다 용이해진 것도 스타들의 드라마 복귀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또 한 번 스타시스템과 매니지먼트사의 권력화 현상을 보여주는 부정적인 사례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있다. 일부 스타의 경우 편당 출연료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흥행 파워도 검증되지 않은 일부 스타들의 지나친 몸값 거품이 오히려 드라마 제작의 인플레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드라마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여전히 수많은 스태프들이 열악한 제작환경과 낮은 처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비하여, 소수의 스타와 기획사들만 그 혜택을 누리는 수익 구조의 불균형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스타파워만 믿고 부실한 완성도를 드러낸 영화나 드라마들이 잇달아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스타가 작품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단순히 톱스타가 흥행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드라마가 한류 열풍의 상징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것은 겉포장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콘텐츠의 품질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