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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특유의 반듯하고 도도한 '얼음공주'이미지로 출발했지만, 사실 그녀의 인기를 만든 것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곧잘 실수도 하고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여걸식스>의 강수정의 뒤를 이어, 빈틈없는 완벽함 대신 '친근함'이라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노현정은, 현재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과 함께 남성 연예인들의 이상형 1위로 꼽힐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아나운서다.
그러나 '노현정 신드롬'은 한편으로 아나운서의 '준 연예인화'에 따른 폐단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상상플러스> '올드 앤 뉴'에서, <스타골든벨>에서 더 이상 진행자 본연으로서의 노현정은 없다. 노현정의 인기가 늘어날수록, 제작진은 '아나운서' 노현정보다는, '스타' 노현정의 이미지와 상업성을 선정적으로 써먹으려는데만 혈안이 되고 있다.
노현정 아나운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는 더 이상 '올드 앤 뉴'에서 '바른 우리말 전달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스타골든벨>은 언제부터인가 '노현정 찬가'를 빙자한 젊은 연예인들의 자기 PR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비단 이것은 노현정의 잘못만은 아니다. 아나운서를 연예인처럼 만들어내고, 그 상품성을 끊임없이 소비하려고 드는 방송가의 저질적인 행태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물론 아나운서라고 활동 무대를 국한하거나, 스타같은 인기를 누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아나운서는 분명 연예인과는 다르다. 공인으로서 아나운서가 진정한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은, 연예인처럼 자신의 특정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해서가 아니라, 임성훈이나 백지연처럼 오랜 세월 직업 그 자체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을 때다.
노현정의 인기는, 지금 그녀가 아나운서로서 고유의 입지를 구축해서라기 보다는, 단순히 그녀의 인기를 흥미 위주의 상업적 전략으로 이용해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거품이나 다름없다. 상업성에 기대어 20대 젊은 여성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취하려는 방송가에서, 노현정과 그녀를 벤치마킹하려는 수많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먼저 스스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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