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저자' 안올려줘 줄기세포 조작?

황 교수 "노성일·김선종 제2저자 달라고 했다"

등록 2006.01.12 16:07수정 2006.01.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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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우석 교수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왼쪽)과 김선종 연구원 사이에 '제2저자'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교수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왼쪽)과 김선종 연구원 사이에 '제2저자'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황우석 교수가 논문조작과 관련해 12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가 논문조작과 관련해 12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12일 기자회견에서 2005년 논문의 '제2저자' 등록을 놓고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김선종 연구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동안 황 교수는 김 연구원 등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하고 DNA검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이 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느냐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설명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날 제2저자를 다퉜던 노 이사장과 김 연구원의 비화를 소개하며, 김 연구원이 제2저자를 뺏긴데 대한 섭섭함으로 줄기세포를 조작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또 결과적으로 미즈메디병원 연구진이 황 교수팀의 연구를 방해한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배양이 안됐다면 배양이 안됐다고 얘기하면 될 것인데, 지금에 와서 대한민국을 수치로 몰아넣고 전세계에 이렇게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행위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미즈메디병원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수많은 날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갖은 가설을 다 그려봤다"면서 "이 분들(미즈메디 병원)은 수정란 줄기세포에서 배양해본 분명한 경험이 있으시기에 복제 배반포에서 (줄기세포) 유도를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자체 내의 자존심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고 추측했다.

즉, 수정란 줄기세포를 배양할 능력을 가진 미즈메디병원 연구진으로선 복제 배반포에서 줄기세포를 수립하지 못했다는 게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때문에 김선종 연구원 등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다고 황 교수는 주장했다.

미즈메디 '자존심'이 줄기세포 바꿨다?


황 교수는 '제2저자' 등록이 무산된 김 연구원이 섭섭한 마음에 일종의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 김 연구원이 '제2저자'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노 이사장에게 밀려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

황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은 논문에서 제2저자를 요구했었다"며 "물론 노 이사장도 2005년 논문에서 교신저자를 원했지만 섀튼 박사의 논문 기여도가 워낙 높아서 섀튼에게 (교신저자를) 준다고 했더니 노 이사장이 제2저자를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미 김선종 연구원에게 약속한 상태라 난색을 표했지만 노 이사장이 미즈메디 연구소의 위상, 앞으로 여러가지 할 일과 관련해 제2저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자신(노 이사장)이 김선종 연구원을 설득하겠다고 했고 김 연구원이 이에 동의했다며 다시 요구했다"고 부연한 뒤 "김 연구원에게 이에 대해 묻자 매우 씁쓸해하며 '할 수 없죠'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김 연구원은 강성근 교수와 권대기 연구원에게 제2저자가 되지 못한데 대한 서운함을 계속 표시했다고 한다"고 말하며, 줄기세포 바꿔치기 배경에는 이런 알력 다툼이 있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노성일 이사장 "검찰 수사에 전적으로 맡긴다"

아울러 황 교수는 노성일 이사장이 자신에 대해 섭섭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노 이사장이 원한 '판교프로젝트'를 거절했기 때문에 감정의 골이 생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황 교수는 "2004년말 경 노 이사장이 '판교프로젝트'를 몇번에 걸쳐 설명한 적이 있다"며 "노 이사장은 '경기도 고위인사에게 이를 설명하고 부지를 확보하는 계획이 있는데 그쪽에서 황 교수가 동행해주면 분위기가 좋아지겠으니 웬만하면 동행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런 곳에 동원되고 싶지도 않다"며 거절했고, 노 이사장이 매우 섭섭해 했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 이사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 이사장은 이날 황 교수 기자회견 직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배양은 미즈메디병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연구원이 서울대에 파견돼 했다"며 "황 교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의 바꿔치기 주장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서울대 조사위에서도 내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노 이사장은 기자회견 등 따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비서실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노 이사장은 검찰 수사에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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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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