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죠"

[인터뷰] 10년 만에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출간한 오정희씨

등록 2006.01.15 11:17수정 2006.01.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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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여성 작가의 '큰언니' 오정희(59)씨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황금부엉이)를 출간했다. 이번 산문집은 98년 <작가세계>에 단편소설 '얼굴'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며, 작품집으로는 96년 <새>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것.

환갑을 앞두고 출간한 <내 마음의 무늬>는 작가의 문학 인생을 총결산하는 회고록이자 인생에 대한 고백서라 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에는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단상들을 담고 후반부에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동료 문학인들과의 추억을 담아냈다.


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돼 등단한 오씨는 '불의 강' '유년의 뜰' 등의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3년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새>로 독일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30여 년째 생활하고 있는 춘천에서 집필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 20년 만에 내는 작품집인데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선택한 이유는
"올해 우리 나이로 60세를 맞고 자식들이 장성해 독립하게 되자 생물로서의 한살이와 의무를 끝낸 듯한 자유로움을 느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산문집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 제목을 <내 마음의 무늬>라고 지은 까닭은
"문학인만이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삶의 순간 순간 끊임없이 일렁이는 마음의 무늬를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은 글자 그대로 흘러가는 삶의 순간들이 만들어낸 마음의 무늬를 글로 표현한 것이다."

- 이번 산문집을 통해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바는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해 용기를 내서 독자들 앞에 서게 됐다. 일과 가정이라는 구속과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힘겨워하는 분들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소설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소설을 계속 쓰다 보면 자신이 하나의 거푸집으로 똑같은 물건들을 찍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회의에 빠지게 된다. 상투성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고 작업의 사회적, 실존적 의미를 묻는 자기 검열 같은 것도 글쓰기를 어렵게 했다. 글쓰기의 두려움은 작가라면 평생 벗어나기 힘든 덫이라고 생각한다."

- '바람과의 대화'를 별도의 장으로 구성했다. '바람'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람은 내 소설을 통과하는 하나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일탈의 느낌들, 갇혀 있는 것에서 나가고 싶은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을 '바람'이라는 자연물이 상징하고 있다."


- 어린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고 과거의 일기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쓴다는 것과 산다는 것을 동일시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환갑을 앞두고 한 바퀴 돌아온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거를 되돌아보며 좀 더 많은 것에서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 소설가와 가정 생활의 양립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처음 작가생활을 시작하던 당시엔 결혼한 여자들에게 창작활동이란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 이상으로 인정받기 어려웠고 남편들이 그것을 '너그러이 허락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정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 한 지금도 가정주부의 창작 작업이란 정당하게 인정받기 힘든 것 같다."

- 삶에 있어서 문학이 주는 의미는
"어릴 때부터 문학을 통해 자랐고 문학을 삶의 중심이자 표현으로 삼으며 살기를 꿈꿨다. 그러면서도 종종 '삶을 표현하기를 택한 자는 삶을 누리지 못한다'는 토머스 만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직업이 작가이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이 쓰고 읽는 일이니 열심히 쓰겠노라는 말밖에 못하겠다. 2004년 연재 도중 중단했던 '목련꽃 피는 날'도 곧 단행본으로 펴낼 계획이다."

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지음,
황금부엉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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