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테리 시아보 전 남편, 비공개 결혼

친족 등 하객 80여 명 참석...신부측 "결혼식 매우 감동적"

등록 2006.01.24 16:50수정 2006.01.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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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안락사 문제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테리 시아보의 전 남편 마이클 시아보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지역의 한 가톨릭교회에서, 동거 중이던 조디 센톤지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의 동생인 존 센톤지는 22일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스>에 "결혼식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전하면서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동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시아보 부부는 결혼식 하루 전날 피넬라스 카운티에 결혼 서류를 접수시켰다. 이들의 결혼식은 마이클 시아보의 부인 테리 시아보가 사망한 지 10개월여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15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테리 시아보는 지난해 법정 판결에 의해 급식 튜브가 제거된 보름 후인 3월 31일 사망했다. 그녀의 안락사 문제는 처음 남편 마이클과 테리의 친족 간에 시작되어 플로리다 의회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젭 부시 주지사의 주도아래 주 의회에서 '테리법'까지 제정되기에 이르러 테리가 죽기 전까지 수차례 급식튜브가 떼어졌다 붙여지는 등 일진일퇴가 거듭되었으며, 결국 연방 의회와 법정으로 비화되며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지난해 법원은 마이클 측의 손을 들어 주어 테리의 급식튜브를 떼라는 명령을 내렸고, 테리는 보름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테리가 사망한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되었다. 그동안 테리 친족측은 테리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기 전에 마이클로부터 구타를 당했다며 시신에 대한 정밀 해부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정밀 검사를 통해 구타의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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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30일 테리 시아보가 죽기 수시간 전 요양원 앞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눈물을 글썽이며 인터뷰하고 있는 테리의 아버지 ⓒ 김명곤


결혼식 장소와 시간 비밀에 부쳐져...기자 입장 거부

이날 마이클 시아보의 결혼은 장소와 시간 등이 비밀에 부쳐진 채 양가 가족과 친지 및 친구들을 포함 80여 명의 하객들이 초청되었으며, 기자들이 결혼식장을 찾아내어 입장하려 했으나 식장 입구에서 거부당하는 등 외부 인물들의 입장이 철저하게 통제된 가운데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결혼식에서 마이클 시아보는 검은색 턱시도를, 신부 센톤지는 꽃이 수놓아진 긴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고 하객들은 전했다. 수년 전부터 동거해 왔던 이들 부부의 두 아들도 결혼식에 참가했으며,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에서 공개적 코멘트도 일체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리: 그것의 진실>(Terri: The Truth)이라는 책을 쓴 마이클 허시는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스>에 "세상이 모두가 알 정도로 (마이클 시아보) 이름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결혼식은 평이하게 진행되었다"면서 "하객들은 그들의 결혼식을 매우 기뻐했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부 센톤지도 "나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테리 시아보가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있던 당시 마이클 시아보는 치과병원에서 만난 조디 센톤지와 동거생활을 시작했으나, 법적으로 테리와 이혼상태에 있지 않아 간통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테리 동생 "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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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30일 테리가 죽기 수시간 전 요양원을 방문한 테리의 동생 수잔 비타데모(사진 오른쪽) ⓒ 김명곤

마이클 시아보는 테리의 친족들이 소생 가망성이 없는 테리와 결혼 생활를 지속할 수 없음에도 이혼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고 반발해 왔다. 그러나 테리의 가족들은 병원측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이 소진되고 있는 것에 불안을 느낀 마이클이 테리의 급식튜브 제거와 이혼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를 거부해 왔고 10년 넘게 법정 시비가 벌어졌다.

한편 테리 시아보의 동생 수잔 비타데모는 21일 AP통신에 자신의 언니는 지난해 3월 급식튜브가 떼어졌을 때에도 죽기를 원하지 않았으며 회생불능의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국가가 불구상태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삶의 질'만을 중시하는 맨탈리티에 젖어 있으며, 인간 생명 자체의 가치와 신성함에 대해 관심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 위클리(koreaweeklyfl.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코리아 위클리(koreaweeklyfl.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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