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명절에 비해 한산한 재래시장 골목김혜원
"아들, 엄마 좀 도와주라. 놀면 뭐하니 효도 좀 해라."
"뭔데요?"
"오늘 제수 장만하러 시장에 가는데 같이 가서 짐 좀 들어 달라구."
"그랴 댕겨와라. 할미가 다리가 아파서 못가니 너라도 가서 엄마를 도와야지."
"시장에를요? 그냥 백화점에서 시키지… 꼭 시장을 가야 돼요?"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할머니의 당부에 녀석은 어쩔 수 없이 엄마 뒤를 따라나섭니다.
지난 해 수능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한 작은 아들 녀석은 결국 올해 대학입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녀석은 입원한 상태로 치른 수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자 누가 뭐라지도 않았는데 다 때려치우고 자원입대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적반하장격으로 오히려 골을 부리는 녀석을 어르고 달래고 야단쳐서 겨우 마음을 돌려놓았지만 엄마는 아직도 녀석이 마음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이런 녀석을 데리고 설장을 본다는 구실을 내세워 시장을 가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구실을 붙이기는 했지만 단 한번도 재래시장에 나와 본 적이 없는 녀석이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보고 뭔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막연한 욕심이 작용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