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 설향 이화... 이게 딸기 이름이야?

[논산청정딸기산업특구 기획②] 딸기종자 개발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06.02.27 09:52수정 2006.02.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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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매향', '설향', '만향', '금향' 등 국산딸기 신품종을 개발한 논산딸기시험장 김석수 장장과 김태일 박사, 이원근 연구사(사진 위). '이화'라는 신품종을 개발한 딸기 농사꾼 강신철 씨(사진 아래).

'매향', '설향', '만향', '금향' 등 국산딸기 신품종을 개발한 논산딸기시험장 김석수 장장과 김태일 박사, 이원근 연구사(사진 위). '이화'라는 신품종을 개발한 딸기 농사꾼 강신철 씨(사진 아래). ⓒ 윤형권

매향, 설향, 만향, 금향, 이화…. 무엇을 일컫는 이름일까? 얼핏 보아서는 여성 이름 같기도 하고, 혹은 기녀 이름 같기도 하다. 무엇일까?

이들은 국내에서 개발한 신품종 딸기의 이름이다. 매향은 2002년부터 육성해온 국산품종이고 만향(2003), 설향(2005), 금향(2005)도 국산 신품종이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하고 있는 딸기의 90%는 외국품종들이다. 국내 딸기 재배면적의 약 60%는 '육보'라는 품종이 차지하고 있고, '장희'는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금년부터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효됨으로써 딸기를 비롯해 외국품종의 곡류나 과채류, 화훼 등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만약 딸기 한 포기당 10원 정도의 로열티를 내게 되면 해마다 수십억 원의 부담을 농민들이 져야 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논산딸기시험장이 지난 2002년부터 국산품종인 매향을 비롯해 만향, 설향, 금향 등 4종의 신품종을 육성해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딸기재배 농가에겐 다행한 일이다.

매향은 딸기의 귀족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이름처럼 향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다. 게다가 단단하고 색깔이 선명해 상품가치 또한 높다. 매향은 현재 전국 재배면적의 약 9%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딸기재배 농가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매향은 이런 여세를 몰아 일본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전국 딸기재배 면적의 약 1%를 차지하는 설향은 당도가 10~11%로 매향(당도 12~14.1%)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겨울철에는 신맛이 덜하고 과즙이 많아 맛이 상쾌하다. 설향은 병해충에 강하고 열매도 크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아 딸기재배 농가들이 선호한다. 설향의 경쟁 품종은 일본 품종인 장희다. 설향은 장희(당도 11.2%)와 비슷한 당도지만, 딸기 한 개당 평균 과중이 14.7g으로 장희의 12.8g보다 더 나간다. 당연히 설향이 장희보다 단일면적당 수확량에서 앞선다.


금향은 당도가 14.3%나 된다. 열매도 평균 과중이 16.3g으로 크고 단단하다. 금향은 중부지역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품종이다. 금향은 말 그대로 고급품종으로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매향, 설향, 금향과 만향 등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하여 지난 2003년부터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들 국산 신품종 딸기는 2010년까지 전국 딸기재배 면적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딸기 농가가 직접 신품종 개발에 나서기도

a 사진 왼쪽이 강신철 씨가 개발한 '이화'라는 신품종이고 오른쪽이 전국 딸기재배 면적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육보'라는 일본 품종이다. 5개의 딸기에서 약 55g의 차이가 난다.

사진 왼쪽이 강신철 씨가 개발한 '이화'라는 신품종이고 오른쪽이 전국 딸기재배 면적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육보'라는 일본 품종이다. 5개의 딸기에서 약 55g의 차이가 난다. ⓒ 윤형권

딸기 농가에서도 신품종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논산시 은진면 시묘리에서 20여 년 동안 딸기농사를 해오고 있는 강신철(50세)씨는 10여 년 전 '여봉'이라는 딸기를 재배했는데, 육질이 약해서 한해 농사를 망친 적이 있다. 강씨는 오기가 발동했다. 일본 품종이 아닌 국산 품종으로서, 병해충에 강하고 단단한 육질의 신품종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들은 딸기를 심어 수확을 올리고 있을 때 강씨는 신품종 개발을 위해 육묘에만 정성을 들였다. 당연히 딸기농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어 빚만 늘어갔다.

그러나 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품종 개발에 공을 들인지 10년만에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다. 강씨는 2번째 피는 꽃이 좋다고 해서 '이화'라고 이름을 짓고 지난 1월 18일에 신품종으로 등록했다. 강씨는 "마음고생은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개발한 육묘를 정식하고 꽃이 피었을 때 날아갈 듯 기뻤다"며 신품종 개발의 어려움을 말했다. 강씨는 또 "힘들여 개발한 신품종을 전국의 딸기재배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싶다. 정부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논산에서 딸기 재배를 하고 있는 박영규씨는 작년 가을에 강씨로부터 이화 육묘를 받아 시험 재배를 하고 있다. "육보와 이화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화가 육보와 당도는 비슷하지만 과실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여 수확량이 50%는 늘어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품종의 개발. 신품종 개발과 육성은 외국산 품종 재배에 따른 로열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의 자주독립'을 이룬다는 데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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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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