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논산청정딸기산업특구 기획①]논산지역의 딸기재배 현황과 역사

등록 2006.02.14 16:08수정 2006.02.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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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촌면 인천리 딸기마을. 마을 전체가 딸기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다. 4월쯤이면 마을에 온통 딸기향으로 가득찬다.

양촌면 인천리 딸기마을. 마을 전체가 딸기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다. 4월쯤이면 마을에 온통 딸기향으로 가득찬다. ⓒ 윤형권

논산은 '딸기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딸기재배 면적만 봐도 전국딸기재배면적 6,460㏊의 13%인 840㏊를 차지하고 있다. 논산지역의 딸기재배 농가는 약 2천여 농가에 종사인원만 해도 약 5천여 명이나 된다.

논산지역에서 한 해 유통되고 있는 딸기 거래액은 9백여 억 원에 이른다. 딸기재배 시설과 관련한 사업까지 포함하면 약 1천3백여 억 원에 이른다. 딸기가 논산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벼농사 다음으로 크다.

딸기는 또 하나의 가족

딸기는 논산사람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30여 년간 논산지역은 딸기농사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벼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끝났다고들 한다. 벼농사는 딸기재배를 하면서 가족들의 양식을 위해서만 짓는다.

시설하우스 7~8동이면 한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시세가 좋을 때는 한 동당 8~9백만 원의 조수익을 올리기도 한다(딸기판매금액 속에 인건비도 포함). 딸기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벼농사가 끝나는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온 가족이 딸기에 매달린다.

a "딸기는 또 하나의 가족이죠" 양촌면 인천리에서 <공선딸기작목반>을 이끌어 가고 있는 안봉순(54)씨.

"딸기는 또 하나의 가족이죠" 양촌면 인천리에서 <공선딸기작목반>을 이끌어 가고 있는 안봉순(54)씨. ⓒ 윤형권

'딸기마을'로 유명한 양촌면 인천리에서 30년여 년 동안 딸기농사를 지어온 안봉순(54) 씨는 '공동선별로 출하한다'는 뜻이 담긴 54명으로 구성된 <공선작목반>을 이끌어가고 있다. 안씨에게는 가족으로 부인과 딸 셋이 있다.

안씨는 "딸기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렸어요. 우리 가족들은 한평생 딸기와 살았어요"하며 "딸기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안씨는 11동을 재배하는데, 내년부터는 면적을 줄이겠다고 한다. "내년에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로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는 딸기농사를 좀 줄이고 편하게 살려고요."


안씨가 이끌어가고 있는 <공선작목반>은 지난해 27억의 조수익을 올렸다. 한 가구당 평균 5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계산이다. 안씨네 마을은 딸기농장을 방문하는 '그린투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작년에 안씨네 딸기농장을 방문한 사람만 해도 2천여 명 정도가 된다.

딸기수확이 끝나갈 무렵인 4월 중순부터는 딸기체험농장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한사람 입장료가 8천 원인데, 농장 안에서는 딸기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다. 물론 씻지 않고 먹어도 된다. 딸기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무농약' 또는 '저농약'이라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a 논산시 광석면 김하권씨의 딸기체험전문농장. 주말이면 가족단위나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논산시 광석면 김하권씨의 딸기체험전문농장. 주말이면 가족단위나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 윤형권

논산지역에는 딸기체험농장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친환경딸기재배로 유명한 김하권(51)씨는 논산시 광석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까지 김씨는 딸기체험농장을 4~5월 동안 부분적으로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12월부터 전면적으로 개방했다. 12월부터 2월 14일까지 약 3천여 명이 김씨의 농장을 다녀갔다.

"딸기체험농장을 몇 해 해보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소비자들이 농장에 직접 찾아오니까 인건비가 많이 줄어들어 소득도 좀 나아졌어요. 하지만 신경은 더 쓰이네요."

체험농장은 고령화와 이농으로 인한 농촌인력의 감소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딸기를 재배해 시장에 파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김씨의 딸기농장처럼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체험농장의 시도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김씨는 체험농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방문객들이 찾아오기 쉬운 장소로 옮길 계획도 갖고 있다.

모든 농사가 그러하듯이 딸기농사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딸기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140여 차례 손길이 가야 한다. 딸기꽃이 피어 빨갛게 익으려면 9백여 시간이 걸려야 한다. 심는 것에서 거두는 수확까지 일일이 손이 가야 하는 게 딸기농사다. 게다가 시설하우스 온도가 한낮에 섭씨 25℃ 정도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하우스병'이라는 근관절계 신종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논산지역에서 마땅한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수십 년간 가꿔온 딸기농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논산지역의 딸기농사는 1960년대에 딸기재배법의 변화와 1970년대 신품종의 도입 등 각각 한번씩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왔다.

논산지역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 딸기농사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다. 고령화와 이농에 의한 인력 감소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월 7~9일까지 열리는 논산딸기축제는 작년에 36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딸기축제다. 딸기축제일정에 맞춰 특구지정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논산농업기술센터 '딸기특구팀' 관계자는 "논산지역의 딸기재배역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논산청정딸기산업특구'가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논산농업기술센터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논산청정딸기산업특구'가 딸기농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논산지역의 딸기농가들은 특구지정에 큰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

a '장희'라고 하는 딸기. 성숙한 딸기 하나의 무게는 약 20g 정도다. 딸기꽃이 핀 후 성숙한 딸기가 되기까지는 약 9백 시간이 걸리고 딸기를 심고 수확하기까지는 약 140여회의 손길이 간다고 한다.

'장희'라고 하는 딸기. 성숙한 딸기 하나의 무게는 약 20g 정도다. 딸기꽃이 핀 후 성숙한 딸기가 되기까지는 약 9백 시간이 걸리고 딸기를 심고 수확하기까지는 약 140여회의 손길이 간다고 한다. ⓒ 윤형권

논산지역의 딸기재배역사

논산은 딸기재배역사도 깊다. 논산에서 딸기 재배가 최초로 시작된 것은 1921년경 일본인들이 과수 밑에서 노지 재배한 것이 처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확한 딸기는 리어카나 자전거에 실어서 논산시장에 판매하였는데,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에 딸기묘의 확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한 일본인들이 종묘나 재배기술의 확산을 엄격히 통제하였다고 한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딸기를 그대로 재배하면서 논산지역에 딸기재배 농가는 점차 늘었다.

논산지역에서 본격적인 딸기재배가 일어난 것은 1968년 논산시 채운면 용화리에 사는 박상규씨가 비닐을 이용한 멀칭재배에 성공하여 딸기 판매시장을 서울로 확대시키면서부터다.

박씨가 딸기를 재배하게 된 일화는 다음과 같다.

박씨는 1967년(당시 35세)에 부창동의 한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했는데 마침 그곳이 복숭아 과수원이었고 복숭아나무 밑에서 딸기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딸기 묘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가져와서 500평의 밭에 심었다. 겨울에 짚을 덮어 월동을 시켜 이듬해 5월 중순경에 첫 수확을 보게 되었는데, 딸기 묘가 여름에 많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쌀 10가마니 정도 높은 수입을 올렸다.

이에 고무된 박상규씨는 재배만 잘하면 틀림없이 성공하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박씨는 딸기를 서울 염천교시장에 출하하여 높은 수익을 올렸다. 박씨가 5백 평의 밭에서 쌀 30가마니의 수익을 올리자 이웃 주민들도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논산지역의 딸기재배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채운면 용화리 3구에서 밭을 소유한 농가 25호 중에서 20호가 딸기 재배에 참가했다.

1973년경에는 논산지역의 딸기재배에 제2의 혁신이 일어났다. 그것은 신품종인 '보고'라는 조생종의 도입이었다. 김재남씨 등은 서울 염천교 지역에 출하되는 웅천딸기가 품질이 우수해 높은 값으로 팔리는 것을 알고 품종혁신의 필요성을 느꼈다. 김재남씨 등은 웅천의 임한빈씨와 친분을 두텁게 하면서 끈질기게 분양해줄 것을 간청하였다. 김씨는 마침내 종묘 1주당 10원에 구입하여 웅천의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밤에 몰래 트럭에 실어왔다. 이렇게 해서 논산지역의 딸기재배는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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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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