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김선용 구속... 10년 단국대 사태, 끝이 보인다

배임·사기 등 혐의... 1천억원대 공적자금 회수되나

등록 2006.03.06 15:17수정 2006.03.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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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2년 대선 당시 '반이회창 폭로'를 주도했던 김선용 전 세경진흥 대표. 그는 지난 1일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2002년 대선 당시 '반이회창 폭로'를 주도했던 김선용 전 세경진흥 대표. 그는 지난 1일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0여년간 중단됐던 단국대 이전사업(일명 '한남동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이 '희대의 사업시행 브로커' 김선용(51) 전 세경진흥 대표의 구속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병두 검사)는 3개월간의 집중수사 끝에 지난 1일 김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배임과 사기혐의(2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했다.

지난 1996년 이전사업 중단으로 단국대가 대학 주체들간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전 대표의 구속은 단국대 용인 신캠퍼스 공사 재개로 이어지는 대학 정상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다 이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1200억원대의 공적자금과 약 500억원에 달하는 한국부동산신탁의 공사비채권 등 총 17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구속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수사기관에서 몇차례 수사를 벌였지만, 구속된 김 전 대표는 약 30건의 소송 등을 통해 고의적으로 복잡한 채권·채무관계를 만들어 정확한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검찰 특수부도 아닌 형사부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전 대표의 무고·공갈협박 등 단순 고소사건을 수사하다 사건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3개월간 집중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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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18일 보도] 심층취재-교육부ㆍ검찰도 눈감은 단국대사태

김선용은 누구?... 2002년 '반이회창 허위 폭로' 주도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1996년 한국부동산신탁에 보관된 280억원의 어음을 빼돌려 이전사업과 상관없이 개인 빚을 갚는 등 유용한 혐의(특가법상 배임) ▲과거 자신이 발행했던 어음의 결제일이 다가오자 1998년 1월 9일 서둘러 세경진흥을 고의로 부도처리한 후 514억원의 부도어음을 할인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특히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김 전 대표 자신의 자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전 대표의 범죄가 심각한 '화이트칼라 범죄'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김 전 대표는 ▲대법원 확정판결 등으로 인해 단국대 이전사업에 대한 법적 권한도 없으면서 시행사인 스타포드와 280억원의 단국대 부지개발 사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으로 10억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 ▲지난 2002년 7월 "공간토건 K아무개 대표가 포스코건설에서 20억원을 받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장충식 전 단국대 이사장에게 전달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도 받고 있다.


이중 특가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금액 280억원에 대해서는 횡령 의혹까지 있어 이것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검찰에서 횡령자금의 사용처까지 수사할지 주목된다.

소규모 철거 등 전문건설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김 전 대표는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사업 등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사업시행 브로커'로 나섰다.

한때 이회창 후보 쪽에 줄을 댔던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범박동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게 22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등 '반이회창 허위폭로'를 주도해 정가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당시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양건설이 이회창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씨에게 10억원을 제공했다는 허위사실을 폭로했고, 민주당 쪽에서 이를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 재료로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11월 구속됐다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기양건설 비자금 장부를 조작한 사실 등이 드러나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 지난 2005년 2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공소시효 소멸 전 구속... 12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해져

김 전 대표의 구속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의 구속과 함께 단국대 이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부실채권인 약 1200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이 회수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시행사 쪽의 의지가 높다는 점도 그 가능성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단국대 이전사업의 시행사인 공간토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매수차익을 노리는 많은 브로커들이 부실채권을 헐값으로 매수하려고 했기 때문에 단국대 이전사업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며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해 시효 소멸 등으로 인해 비록 휴지나 다름없는 증서에 불과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헐값이 아닌 최소 1천억원 이상의 금액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3년부터 시작된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 단국대와 김 전 대표는 모두 세 차례(1993년과 1994년, 1996년)에 걸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세경진흥은 물론 이해당사자였던 동신주택·극동건설·기산·신한종금·삼삼종금·단국대·한국부동산신탁 등이 모두 부도를 맞거나 파산해 이전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된 부실채권은 예금보험공사(600억원)와 자산관리공사(600억원)가 신한종금과 삼삼종금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리한 뒤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3차에 걸친 계약이 해지되자 세경진흥은 1999년 8월 단국대 이전사업에 대한 법적 권한을 모두 잃게 됐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3차 계약이 공식 해지된 1999년부터 최근 2005년까지 약 7년 동안 처분금지가처분, 가압류 등 30건에 이르는 소송을 통해 자신의 각종 혐의를 은폐하고 이전사업 재개를 방해함으로써 단국대 정상화를 막아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대법원조차 1999년 8월 19일 세경진흥과 단국대의 매매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판결함으로써 김 전 대표는 이전사업에 대한 법적 권한을 완전히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소송은 물론이고 고소·고발·진정 등을 통해 끝없이 이전사업을 방해하고 공적자금 회수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는 얘기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중대한 의미를 고려할 때,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김 전 대표를 구속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당시 동신주택·극동건설·기산·신한종금·삼삼종금·한국부동산신탁 등 이전사업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부도냈거나 파산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일인 6월 28일이 지나면 사건 자체가 자칫 미궁에 빠져 이전사업도 공적자금 회수도 불투명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0여년 끌어온 단국대 사태 종료 "투명한 이전사업으로 학교명예 회복할 터"

a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산8번지에 위치한 현 단국대 캠퍼스 전경. 김선용 전 대표의 구속을 계기로 이전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 캠퍼스는 경기도 용인의 신캠퍼스로 옮겨갈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산8번지에 위치한 현 단국대 캠퍼스 전경. 김선용 전 대표의 구속을 계기로 이전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 캠퍼스는 경기도 용인의 신캠퍼스로 옮겨갈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단국대 이전사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김 전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사업권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다툼으로 수차례 사업자가 바뀌며 중단됐던 단국대 이전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단국대는 지난 2004년 투명한 이전사업을 위해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정관까지 변경해가며 변호사·회계사·노조간부·교수 등이 참여하는 '신캠퍼스건설추진위원회'(추진위)라는 별도기구를 설립해 이전사업을 계속 추진해왔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계속된 공사 재개 방해로 지연되고 있다가 단국대는 최근 공간토건(시행사)과 금호건설(시공사), 농협(금융기관) 등과 이전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단국대는 교육부에 이전사업 시공사·사업자의 변경을 신청했고,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용인시에 단국대 용인신캠퍼스 착공계까지 제출한 상태여서 조만간 신캠퍼스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단국대는 신캠퍼스 공사 재개를 계기로 10여년을 끌어온 단국대 사태를 정리하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단국대의 한 관계자는 "이전사업을 혼란스럽게 한 주범이 구속됨으로써 이제 비로소 이전사업이 정상화 될 것"이라며 "이전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해 학교의 명예를 다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전사업을 둘러싼 이권싸움이 공적자금 회수를 어렵게 했다"면서 "이제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신속하게 공매절차를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전사업은 물론이고 단국대는 완전하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 범박동 재개발비리 등 '솜방망이 처벌'

"남의 집에 들어가 1억원어치의 물건을 절도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 놓고 200억, 300억원씩 횡령한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면 국민이 어떻게 수긍하겠느냐."

지난 2월 9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회사돈 286억원을 횡령한 두산그룹 일가 전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을 겨냥해 작심하고 던진 발언이다.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상식적 양형에 대한 따끔한 비판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적은 김선용 전 세경진흥 대표에 대한 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5월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사업과 관련 ▲특가법 위반(사기) ▲사문서 위조 ▲국토이용관리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47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 전 대표는 범박동 재개발 부지를 72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지급보증사인 극동건설에는 152억원에 산 것처럼 속였다. 그는 지난 2002년 6월 1심재판(인천지법 부천지원 제2형사부, 재판장 이혁우)에서 사기 및 사문서 위조 등을 통해 결국 89억여원의 불법이득을 챙겼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법이득 89억여원 중 단 한푼도 변제하지 않은 김 전 대표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결국 구속 47일 만에 풀어주는 '특혜'를 베풀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김 전 대표가 '무전'의 일반시민이었다면 과연 집행유예 판결이라는 '송방망이 처벌'이 나왔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도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의 범행에 비해 그 형이 너무 가벼워 극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폭로해 2003년 11월 구속됐다가 2005년 2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선고받은 1년 6개월의 형량을 다 채우지 않고 유유히 감옥문을 나섰던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계 등에 김 전 대표의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법부가 유독 돈과 권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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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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