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사태 안 풀리네…노조 쇠사슬 시위

노조 "성실교섭에 나서라" 촉구...병원 "불법행위 중단하라" 맞대응

등록 2006.03.08 19:25수정 2006.03.0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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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천지방노동사무소장을 비롯한 노동부 직원이 3일 세종병원 파업농성장을 방문하여 쇠사슬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부천지방노동사무소장을 비롯한 노동부 직원이 3일 세종병원 파업농성장을 방문하여 쇠사슬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의 파업사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노사 양쪽을 적극 설득하기보다는 현상 파악에만 그쳐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세종병원 1층 로비에서 무기한 쇠사슬 농성을 시작했다. 병원은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히고 있어 심각한 파업 후유증이 예상된다.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교섭 걸림돌

보건의료노조는 7일 세종병원 파업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건없는 교섭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집중교섭을 통해 파업사태를 풀자면서 10일까지 밤샘 마라톤 교섭을 하자고 병원 쪽에 제안했다.

홍명옥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는 노사신뢰를 쌓고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나 병원이 계속해서 용역을 동원한 농성장 침탈을 시도한다면 1년이고 2년이고 목숨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참가하여 농성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단 의원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노동자의 삶과 자본의 태도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면서 "세종병원사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챙기겠다"고 말했다.

노사는 노동부의 중재로 6일부터 잇따라 만나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워낙 커 본교섭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달면서 본교섭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노조 "병원 진정성 없다" 대규모 규탄집회 예고

노조는 ▲농성장 침탈 중단 ▲용역(보안) 직원 철수 ▲세종병원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유보 등을 병원 쪽에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조는 또 세종병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a 49일째 파업농성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병원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49일째 파업농성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병원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석희열

김경자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세종병원은 진정성을 갖고 교섭할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질질 끌고 가면서 노조를 깨려는 복안인 것 같다"며 "병원 쪽이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언제든 아무런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단 교섭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강력한 타격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3~15일 대규모 현장집회를 계획해 놓은 상태. 노동자 500여 명이 참가하는 이날 집회가 세종병원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병원 "교섭하려면 외부인 출입부터 막아라"

이에 대해 세종병원은 본교섭에 앞서 먼저 노사간에 이른바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화 분위기를 깨는 일체의 행위를 서로 자제하기로 협정을 하자는 것.

병원 쪽은 이 같은 평화협정이 지켜진다면 현재 병원의 경비를 맡고 있는 보안(용역) 직원 35명 가운데 4~5명 정도의 최소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빼겠다고 밝혔다. 노조 간부 징계와 관련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태도다.

병원은 이를 위해 ▲농성장 축소 ▲보건의료노조 교섭위원 2~3명 외 외부인 출입 제한 ▲교섭기간과 업무시간 집회 중단을 노조에 요구했다. 병원은 이와 함께 8일부터 이틀마다 집중교섭(오후 4시~밤 12시)을 통해 현안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은 "노조가 상대를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적인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 당장 본교섭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성장을 추가로 확대하지만 않는다면 기존 복도농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겠다"고 덧붙였다.

a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7일 낮 파업농성장을 찾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7일 낮 파업농성장을 찾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석희열

한편 이성권 부천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게 하려고 노사 교섭대표를 계속 만나고 있지만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 중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제 조건 없이 노사가 본교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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