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385회

등록 2006.03.10 08:26수정 2006.03.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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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까이 있었던 터라 흰 손은 여지없이 담천의의 가슴에 박히는 듯싶었다.

"나는 상대가…."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미 담천의는 술잔을 내려놓는 순간에 몸을 옆으로 틀었고 나상이 터져나가며 나온 손목을 잡고는 홱 비틀었던 것이다. 그것은 담천의가 이미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

우드득----!

손목이 비틀어지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나타난 여인의 복부에 담천의의 무릎이 파고들었다.

여인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조차 걸치지 않은 상태였는데 비명과 함께 앞으로 꼬꾸라지며 사지를 뻗었다. 여인의 허연 엉덩이가 출렁거렸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사내라면 마음이 동할 모습이었다.


"악----!"

헌데 비명이 나오기 직전 이미 담천의의 뒤에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살며시 앉아있던 좌상(坐像)이 별안간 움직이며 머리에 꽂고 있던 세 송이의 금화(金花)를 날렸다. 그 좌상은 금(金)으로 만들어진 상이었는데 실제는 살아있는 여인의 몸에 금가루를 두껍게 몸에 발라 그리 보였던 것이다.


머리칼까지 금빛이라서 도저히 살아있는 여인의 몸에 금가루를 발라놓았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금으로 입혀진 여인의 젖가슴이 출렁거리고 쭉 뻗은 다리에 근육의 움직임이 나타나자 아주 묘한 느낌이 들었다.

슈우우우----!

담천의는 몸을 빠르게 돌리며 옆으로 급히 두세 걸음 물러났는데 그의 뒤통수와 등, 허리를 노리며 쏘아오던 세 송이의 금화가 갑자기 그의 가까이에서 폭발하듯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꽃잎 하나하나가 비산되며 담천의의 전신을 덮어버렸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두 가지 필살의 비기 중 철편비화(鐵片飛花)라는 암기수법이었다. 그녀는 이것으로 매우 고강하다고 알려진 절정고수 열네 명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함으로서 그녀가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았던 것이다. 더구나 철편비화가 실패할 리도 없지만 실패한다 해도 또 한 가지의 비기는 반드시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양팔을 좌우로 벌리며 담천의에게 쏘아오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자 불빛에 반사된 금빛이 현란하게 보였다.

"………!"

담천의는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시키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는 몸을 지면과 수평이 된 채 옆으로 두 바퀴나 급히 회전시키며 수십 개로 화한 금화편(金花片)을 피하려 했지만 그것은 눈이 달린 것인 양 담천의 쪽으로 따라붙었다.

그는 급히 상체를 일으키며 주먹을 말아 쥐고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왼팔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뼈에 금이 갔는지 들어올리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허나 그의 오른팔이 쭉 뻗자 그의 전신을 덮으며 쏘아오던 금화편들이 방향을 잃고 그의 팔 주위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더니 부서지는 게 아닌가?

파파파---팟---!

바로 담천의가 만검으로 보여주었던 수법이었다. 그것을 만검이 아닌 오른팔로 펼친 것. 금화편들이 가루로 화해 주위는 온통 금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불빛에 비친 금가루들은 오색영롱한 빛을 반짝이며 안개처럼 퍼졌다.

동시에 담천의를 향해 쏘아오던 여인의 양팔이 그의 양어깨를 찍어왔는데, 그녀의 앞가슴이 훤히 빈 상태라 사실 무모한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젖가슴을 공격하려면 하라는 뜻이었다. 그 순간 자신은 담천의의 양 견정혈(肩井穴)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담천의는 오른팔을 회수해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그녀의 공격방향을 미끄러지게 하면서 곧바로 오른발로 그녀의 가슴과 턱을 향해 치켜 올렸다. 허나 그 순간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공격을 멈추지도 않았고, 담천의의 오른발 공격을 막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담천의를 끌어안으려는 듯 달려들었고, 웬일인지 미소를 짓는 듯 했다. 담천의는 순간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뒤로 물러나려 하는 순간 그녀의 살짝 벌려진 입 속에서 무언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퍼----퍽---!

그 순간 담천의의 오른발은 여지없이 그녀의 복부와 가슴을 강타하고 있었다.

"아---악----!"

여인의 비명을 토하며 피를 뿜었다. 금빛이 반짝이는 그녀의 몸은 일장 정도를 날아 뒤로 널브러졌는데 사지를 쫙 벌리고 있어 금으로 덮여진 여인의 비소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허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의 입에서 폭사된 것은 비침이었고, 아무리 담천의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피하려 했다지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왼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순간 왼팔에 느껴지는 시큰한 고통과 함께 그의 좌측 목에도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급한 상태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왼팔로 날아오는 비침을 회수하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날아온 일곱 개의 비침 중 여섯 개는 그의 왼팔에 박혔으나 하나가 그의 목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차라리 감각이 무딘 왼팔에 박힌 비침 여섯 개는 그리 치명적은 아니었다. 그는 급히 목덜미에 박힌 비침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축 늘어진 왼팔에 박힌 비침을 오른손의 감촉만으로 하나씩 뽑아내며 주위를 살폈다.

"그만……!"

누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여인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 순간 느껴지던 미세한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 일렀는데도 참지 못하다니…."

탄식이 섞인 중얼거림이었다. 하지만 담천의는 내심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비침을 뽑아낸 목과 왼팔이 부풀어 오르며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독이다…!)

왼팔은 어깨 쪽에서 독이 퍼지지 못하도록 혈도를 짚었지만 목덜미는 독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머리 쪽으로 독이 퍼진다면 이것이 어떠한 독일지 몰라도 매우 치명적이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비침을 맞은 목덜미에 상처를 내고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피를 흘려 독기를 빼내는 방법뿐. 허나 지금 운공을 하는 것은 상대에게 죽이라는 행동과 다름없었다.

그는 일단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목 주위의 혈맥을 막고 잠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버틸 수 있는 시각은 겨우 한 시진 정도…?)

그것도 사실 자신이 없었다. 급히 일을 마쳐야 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너무 과장되게 평가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야 알겠군요. 사람들은 당신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하오. 그나저나 당신은 언제까지 나와 숨바꼭질을 하려고 하오?"

"이제 시간이 되었어요. 당신은 이제 곧 소첩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헌데 당신은 어떻게 그녀들의 공격을 알아챌 수 있었나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소. 그녀들은 아주 특이한 훈련을 받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전월헌이 죽었다고 말하는 순간 찻잔과 술잔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살기를 노출시켰소."

"그녀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거예요. 그녀들은 당신을 이곳으로 모시고 온 그 여자아이와 함께 사영천(死影天)의 삼색화(三色花)라 불리었죠."

천궁문(天弓門)의 문주 단세적(端洗積) 일행이 천마곡으로 오는 길에 신기수사(神機秀士) 서승명(徐丞明)을 살해하고, 화령문(火靈門)의 문주인 진붕(晋朋)과 단세적에게 중상을 입힌 적이 있던 여인들이다. 사영천을 이끌던 전월헌이 죽었다는 말에 성급하게 공격했던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 벽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순간 담천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듯 침음성을 터트리며 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벽면이 열리면서 또 하나의 석실이 나타났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커다란 욕실이 있는 방이었다. 방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원형의 욕실로 되어 있었고, 주위는 원형의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어 매우 화려해 보였다. 무엇보다 담천의가 시선을 돌린 이유는 그 욕실에 하체를 물에 담근 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궁산산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 9 권 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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