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살'에 집착할까?

[서평]헨리 니어링의 <사소한 밥상>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등록 2006.03.15 11:38수정 2006.03.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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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찬거리를 마련하려고 한 대형 할인마트의 식품매장엘 갔다. 각종 과자들의 '파격 세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 봉지 가격에 두 봉지를 살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과자 사건(?) 때문이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제기한 "유명 과자 속에 든 식품 첨가물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 과자 위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상대적으로 덜 위해한 과자들을 선택하기 위해 제조일, 가공시점, 원료명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곤 있지만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재료들이다. 앞으로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빙과류와 청량음료를 찾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질 테고 인공 색소의 과다 사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제과업계의 무책임성을 따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의 먹는 문제들을 다시 짚어 봐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른바 '현대병'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의 병에 시달리고 있다. 주의력 결핍증 때문에,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 고가의 알약을 일정하게 섭취해야 하고, 그런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은 신학기 때 담임선생님에게 특별 보호(?)를 부탁하는 작업을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진정한 '웰빙'을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으니, 헨리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다.

소박한 밥상이라고?


a <소박한 밥상> 표지

<소박한 밥상> 표지 ⓒ 디자인하우스

먼저 <소박한 밥상>부터 읽어보자. 이 책은 진정한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요리 철학 에세이다. 여기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저자의 관점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의 정신까지 배불리 먹이는, '진짜 음식'을 만나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적게 먹고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이고 보면, 저자의 실천력에 부러운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한 개인의 소중한 경험과 실천의 경이로움에 주목해보자.


저자는 인간이 분비하는 소화액의 산도는 육식 동물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며 인간의 장은 육식동물보다 3배가 길어 육식을 할 경우 반 부패된 음식을 장에 담고 살게 된다면서 육식을 금할 것을 주장한다.

그는 인간은 원래 채식동물이어서 식탐을 버리고 조금만 금욕적으로 산다면 장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살'에 집착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오로지 문화적 관습에 불과하다며 약간의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한 삶의 접근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순 없을 것이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은 당장 오늘부터 다른 밥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준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럼, 희망의 밥상은?

a <희망의 밥상> 표지

<희망의 밥상> 표지 ⓒ 사이언스북스

바른 먹을거리를 찾아 이런저런 지침서를 들춰 보고 싶어 제목이 주는 느긋함에 선택했다가 크게 실망(?)한 책이다. <희망의 밥상>은 우리의 먹는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현장 실태와 경고의 메시지를 울리는 내용으로 가득하니 말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먹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으며 어떤 경로로 우리 밥상에까지 올라왔는지, 우리의 건강, 나아가 지구의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소상히 밝히며 한 구절 한 구절 충격을 가한다.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모든 행위가 곧 유권자의 한 표라는 사실을 기억하자.…(중략)…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서구 세계가 자행하고 있는 무분별한 소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그 무분별한 소비의 대가는 너무나 크다. 함께 행동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성물질에 물들고 고통이 서려 있는 먹을거리를 거부함으로써만이 우리는 이 지구를 장악하려는 거대 기업들과 맞설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신해 말하자.”

구달은 또 "육류 생산을 늘려서는 굶주린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일갈한다. 그는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는 일, 또는 고기를 먹더라도 반드시 유기농법으로 방목해 기른 소의 고기만 먹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채식이나 유기농 운동이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달은 미국에서 유기농 식품을 자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연 평균 소득이 4만 3280달러(중산층)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거론한 뒤, "중요한 것은 유기농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공급업자들은 주문을 늘릴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농부들이 안정적인 시장을 갖게 됨으로써 유기농을 계속할 힘을 얻는다"며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서, 서로 손잡고 이런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들 책이 대안으로 제시한 덕목들을 얼마만큼 실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불고 있는 '웰빙풍'에서 잠시 비껴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소소한 실천 지침 하나는 내 것으로 만들 비법을 터득할 수 있을 듯하다.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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