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의 '맛있는 혁명'

등록 2006.03.14 18:15수정 2006.03.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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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희망의 밥상>, 제인구달 외 지음.

<희망의 밥상>, 제인구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야생 침팬지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이 <희망의 밥상>(사이언스북스)을 통해 알기 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물행동학 박사이자 환경운동가인 그가 '난데없이' 유기농 밥상을 이야기하는 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에 필요한 자연 자원이 고갈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인간의 식탐 때문에 끔찍한 환경에 처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이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두툼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먹을거리가 너무도 소름 끼치는 환경 속에서 길러지고 있다는 것에 경악할 때가 많다. 그토록 건강을 생각하고 ‘웰빙’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대다수가 ▲먹을거리의 정체가 무엇이며(유전자 변형) ▲어떻게 키워지거나 재배되었으며(동물학대·살충제·방부제) ▲어떻게 조리되었는지(값싸고 저질의 고칼로리) ▲어디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졌는지(오염된 토양·축사·양식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 적이 거의 없다는 건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잘못된 먹을 거리와 식습관에 무지한 현대인

사실 저자도 비만·당뇨와 같은 현대인의 많은 질환은 물론, 조류독감·사스·에이즈 등의 질병이 모두 잘못된 식습관과 먹을거리를 잘못 선택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리 시간이 짧고 구입하기 쉬운 ‘정크 푸드’(이른바 ‘쓰레기음식’이라 불리며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와 ‘프랑켄 푸드’(프랑켄슈타인과 음식의 합성어로 보통 ‘유전자변형작물’, GMO을 지칭)가 가장 대표적인 주범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음식물의 해악을 눈치 챈다고 한들, 현실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TV나 신문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화려한 음식의 유혹에 호사스러운 식탐으로 조건반사적인 군침만 흘릴 뿐이다. 게다가 거대 식품 기업들은 대대적인 광고와 각종 규제 법령의 완화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은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러한 음식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물론 제인 구달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해결책은 어렵지 않다. 단지 하나씩 천천히 유기농 식단으로 식습관을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비자’의 힘과 권력을 보여주면 된다.

'먹을거리를 사러 시장에 갈 때마다, 식당에서 식사 메뉴를 정할 때마다 윤리적이고 건강에 이로운 선택을 한다. 이런 작은 선택이 모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성 물질에 물들고 고통이 서려 있는 먹을거리로 지구를 장악하려는 거대 기업과 맞설 수 있다.'



소비자의 힘으로 밥상을, 세계를 바꿀 수 있다

한데 이건 유토피아적이고 비현실적인 꿈같은 얘기라고? 유기농 운동은 단지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록 유기농 식품이 아니더라도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수의 서민 대중을 위해서는 좋은 게 아니겠냐고? 이에 저자인 제인 구달은 이렇게 예를 들어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 유기농 식품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에서 유기농 식품을 자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연 평균 소득이 4만3,280달러(4천3백만원)에 불과하고 이들 중에서 31퍼센트는 연소득 1만5,000달러(1천5백만원) 이하라는 사실이다. 유기농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 가격도 하락한다. 공급업자들은 주문을 늘릴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농부들이 자기 상품의 안정적인 시장을 갖게 됨으로써 유기농을 계속할 힘을 얻는다. 결국 유기농 식품은 더 구하기 쉽게 되고 소비자들이 사는 유기농 식품의 가격은 떨어진다.” (266쪽)

“오랫동안 우리는 ‘싸다’는 명분 아래 지구와 우리 몸을 온갖 화학 물질로 오염시키는 식품들을 사 먹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말로 그렇게 싼 걸까? 기업형 농산품의 진짜 가격은 할인점의 가격표에 나타나 있지 않다. 납세자의 세금 중에서 정부가 농산업체에 지원한 보조금도 가격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또한 우리의 건강이 상하고 면역력이 약해진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들이 마구잡이로 뿌려 댄 화학 약품들 때문에 망가진 지구 환경을 되살리고 복원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거기에 드는 비용으로 한 해 90억 달러를 추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싼' 음식을 사 먹을 경제적 여유가 없다. 매년 지구에 뿌려지는 농약, 제초제, 살균제가 무려 300만 톤이다! 모든 대륙이, 특히 강과 시내, 그리고 호수로부터 이런 화학 물질을 씻어 내기 위해 앞으로 계속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짐으로 지고 있다.” (267~268쪽)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저자가 앞서 말한 소비자의 권리 확대 노력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 할 ‘위대한 밥상’을 위한 다양한 연대의 형태로 말이다. 이제 우리 대중들은 그 희망의 대열에 한두 사람씩이라도 꾸준히 동참하면 되는 것이다(책 말미의 참고자료에는 이들 단체들에 대한 정보와 인터넷 주소가 실려 있다).

이밖에도 책 속에는, 항생제와 방부제로 가득 찬 양식장의 폐해, 대규모 슈퍼마켓에 진열된 ‘신선’ 식품의 숨겨진 이면, 채식을 하면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편견,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생수에 대한 진실 등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정보들이 많다.

덧붙이는 글 | 희망의 밥상 블로그(blog.naver.com/harvest_hope)에 가시면 책과 관련한 자료는 물론 '친환경 요리법' 등도 접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희망의 밥상 블로그(blog.naver.com/harvest_hope)에 가시면 책과 관련한 자료는 물론 '친환경 요리법' 등도 접할 수 있습니다.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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