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장부 폐기해도 처벌 못해

[감사원 특별감사에 바란다 3] 이종필 전교조 경기지부 평택안성사립지회장

등록 2006.03.18 09:45수정 2006.03.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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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감사원 앞에서 한광학원 사학비리의 엄정한 감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최한상 전교조 경기지부 사립위원장
16일 감사원 앞에서 한광학원 사학비리의 엄정한 감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최한상 전교조 경기지부 사립위원장평안사립

지난 십여년 동안 평택의 한광학원은 ▲급식시설 공사비리 의혹 ▲회계장부 불법 폐기 ▲독단적인 인사전횡 ▲비위생적인 교육환경(정화조 악취) ▲교장경력 허위조작 ▲물품납품업체로부터의 금품수수 ▲건축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 등 각종 비리로 인하여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다.

한광학원의 학내분규가 2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어왔던 것들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한광여고 홍OO 전 교장이 교장 자격을 허위로 조작했다가 교장직을 박탈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지난 2005년 12월 29일에는 건축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건이 검찰 수사결과 범죄사실로 인정되었다. 비록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처분은 면했지만 검찰이 범죄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지역 시민단체에서 그 동안 제기해왔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가구납품업체로부터 금품향응 수수 의혹 역시 사실로 밝혀져 당사자는 결국 법적 처분을 받았다.

드러난 진실들... 그러나 몸통은 여전히 의혹 속에

이같은 결과는 교육청의 형식적인 감사와 봐주기식 감사의 악조건 속에서도 사학 민주화의 의지를 꺾지 않고 끈질기게 싸워 온 교사들과 평택시민들의 자그마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사안들은 한광학원이 안고 있는 많은 비리의혹들에 비춰볼 때 단지 깃털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몸통은 의혹 속에 잠자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2004~2005년)에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과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기한 한광학원의 급식시설 공사 비리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급식시설 공사와 관련된 학교회계장부 일체를 불법 소각하여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광학원의 회계장부 불법 소각 건과 관련하여 평택의 시민단체에서 관련자 3명을 검찰(평택지청)에 고발하자 검찰에서는 "사립학교법에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상식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통보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앞에서 한광학원의 회계비리 처벌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전교조 한광분회 김진훈 분회장
수원지검 평택지청 앞에서 한광학원의 회계비리 처벌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전교조 한광분회 김진훈 분회장평안사립
수억원 대의 비리의혹이 집중된 학교의 중요 회계장부를 불태워 없애버렸는데 처벌할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은 현행 사립학교법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립학교도 엄연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고, 국가기록원에서는 한광학원의 사례에 대한 질의에 "무단폐기했다면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동법 제29조(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벌칙 조항에 적용을 받게 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비록 문제가 많은 현행 사립학교법에서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하더라도 다른 법률로 처벌할 명백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는 '피고발인들이 법률을 잘 몰라서 폐기했다고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현재까지도 처벌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절도용의자를 잡아다주었더니 '절도용의자가 법지식이 부족하여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의혹 제기되자 회계장부 소각... 검찰 "법 몰라서 폐기했다더라"

이제 남은 것은 감사원의 감사뿐이다. 감독관청인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사법기관인 검찰에서도 형식적인 감사로 일관하거나 사법정의 실현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 순간 사학의 부패지수는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한광학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립학교 비리의 유형은 점점 더 지능적이고 대담하기까지 하다. 감사원의 비리사학 척결 의지가 이러한 사학비리를 근절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며,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감사원의 막중한 소명이기도 하다.

감사인력이 부족하다느니 비사법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에 한계가 있다느니 하는 말들은 그동안 교육청의 안이하고 형식적인 감사태도로도 충분하다. 감사원마저 같은 핑계를 되뇌며 비리사학에 면죄부를 준다면 이 땅에서 사학민주화의 희망은 없다.

사학비리를 바로잡는 정의의 칼자루가 감사원의 손에 쥐어져 있음을 잊지 말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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