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장소 20대 '비디오방' 30대 '모텔·집'

여성 직장인 설문...데이트 성폭력도 '위험 수위'

등록 2006.03.29 14:44수정 2006.03.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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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이재은·권미선 기자) 데이트를 즐기는 방식은 나이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먼타임스>와 취업 포털사이트인 잡링크(www. joblink.co.kr)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20, 30대 여성 직장인 817명(20대 465명, 30대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령에 따라 여성들이 선호하는 데이트 유형과 관심분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때 20대는 "얼마나 드나" 30대는 "어디서 만날까"

30대 여성들은 모텔이나 집에서 데이트를 하며 성관계를 데이트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성향을 나타낸 반면 20대 여성들은 모텔보다는 비디오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 30대 여성 모두 극장을 데이트 장소로 자주 이용한다고 답변했지만(169명/ 36.3%, 120명/ 34.1%) 뒤이어 20대는 비디오방이 95명(20.4%)으로 많았고 30대는 모텔 혹은 집이라는 의견이 68명(19.3%)으로 조사됐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적으로 개방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과거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애용했던 '커피숍'은 20대 56명(12.1%), 30대 47명(13.4%)으로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20, 30대 여성들이 데이트 장소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어디일까. 20대는 모텔(165명, 35.5%), 집이라고 답한 반면 30대 여성은 비디오방(30.1%)을 최악의 장소로 꼽았다. 20대가 선호하는 비디오방을 30대는(106명, 30.1%) 최악의 데이트 장소라고 답했으며 30대 여성들이 데이트 장소로 선호하는 모텔이나 집을 20대는 최악의 곳으로 선정한 것은 연령별 여성들의 성의식과 경제력의 차이를 시사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여성들은 연령과 상관없이 남성과 데이트를 할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데이트시 입고 나갈 옷'이라고 답했다(20대 133명/ 28.6%, 30대 123명 / 34.9%).


또 옷차림 못지않게 신경쓰이는 것은 20대는 '데이트 비용'(132명, 28.4%)이라고 답한 반면, 30대는 '데이트 장소'(90명, 25.6%)를 꼽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30대는 데이트 장소나 질에 더욱 몰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들의 의식 변화와 경제력 상승에 따라 데이트 비용 분담도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90% 이상이 데이트 비용을 분담한다고 답했으며 여성들이 지출하는 데이트 비용은 1회 평균 2만~3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트를 한 번 할 때 들어가는 데이트 평균 비용에 대해 20대(185명, 39.8%) 30대(129명, 36.7%) 모두 2만~3만 원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20대는 1만~2만 원 미만이 89명(19.1%)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30대는 3만~5만 원 미만이 97명(27.6%)으로 그 뒤를 이었다. 1만원 미만의 짠순이 데이트는 20대(53명)가 30대(23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전반적 느낌이 첫 만남 이후 연애 결심 동기로...추상적 매력 중시

이성과 첫 만남을 가진 후 상대와 연애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서는 20, 30대 모두 '전체적인 느낌'(252명, 30.8%)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성에게서 자신만이 느끼는 추상적인 매력으로 이후의 데이트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뒤이어 20대는 경제력(94명, 20.2%), 친절한 매너(78명, 16.8%), 직업(71명, 15.3%), 외모(63명, 13.5%) 순으로 나타났고, 30대는 경제력(82명, 23.3%) 직업(17.9%), 친절한 매너(49명, 13.9%), 외모(39명, 11.1%) 순으로 나타나 이성과의 연애가 '현실적인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데이트시 성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데이트 시 성폭력을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 여성 10명 중 2명이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을 했다. 20대 여성 88명(18.9%)과 30대 여성 74명(21%)이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

그러나 데이트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을 경험하고도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강하게 요구하거나 강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성폭력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0대 119명(25.6%), 30대는 80명(22.7%)으로 나타났다. 확실하게 '성폭력은 없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20대 258명(55.5%), 30대 198명(56.3%)으로 조사 대상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데이트시 남성에게 강제적인 성관계를 요구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2명 "성폭력 경험"...데이트 성폭력도 처벌대상 돼야
위험수위 다다른 데이트 성폭력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한모(25)씨에게는 대학 새내기 시절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 당시 한 살 많은 동아리 선배와 교제하면서 6개월간 성관계를 강요당한 기억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당시 22세)는 군입대 전 반드시 여자와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한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씨는 갓 입학한 새내기라 성관계가 두려웠고 얼굴만 보면 관계를 요구하는 남자친구에게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그럼 내가 창녀랑 자야 돼냐?"라는 식의 언어 성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금에서야 이 모든 것이 데이트 성폭력임을 깨달았다.

한씨가 겪은 '데이트 강간' 외에 언어 성폭력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의 한 유형이다. 4세 어린 연하남과 3년간 교제를 한 강모(30)씨는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남자친구로부터 "창녀 같은 ×", "넌 중고품이야"란 언어 성폭력을 당했다. 이처럼 연인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데이트 성폭력은 가해 당사자가 '연인'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문제 삼기가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먼타임스>와 잡링크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19.8%가 데이트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처럼, 10명 중 2명의 여성들이 데이트 중 명백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력인 '데이트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데이트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를 '성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윤리적인 잘못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아, 데이트 강간이더라도 고소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주 간사는 "간혹 고소를 하는 경우, 가해자가 자신의 성폭력을 동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는 데이트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여성은 평소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가지고 성에 대한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워야"하며 "남성은 여성의 의사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일반 폭력에 해당하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위험한 데이트, 중독된 관계에서 진정한 관계로'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는 등 데이트폭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서경현 삼육대 상담학과 교수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조사한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수도권 여대생 812명 중 25.6%가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손바닥으로 맞은 것 이상의 심한 신체적 폭력을 당한 여성이 17.4%나 됐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 역시 데이트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들이 법적 고소를 하지 않을 경우 구제받거나 재발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에 차후 더욱 큰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서경현 교수는 "데이트 성폭력을 포함한 데이트폭력 문제가 아직까지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게 큰 문제"라며 "스토킹 법안 등 데이트중에 발생하는 성폭력·폭력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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