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꽃놀이, 함께 할래요?

회사 사람들과 함께한 벚꽃놀이

등록 2006.04.01 19:29수정 2006.04.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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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나부끼고 꽃잎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듯 떨어질 때 그 아래 사람들이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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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오늘은 우리 회사의 정기행사인 벚꽃놀이를 하는 날이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블루시트를 챙기고 자전거를 타고 자리를 잡으러 열심히 달려갔다. 회사 막내인지라 온갖 자질구레한 일은 다 내 몫이지만 벚꽃놀이만은 싫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자리 지킨다는 핑계로 낮잠도 자고 책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흐드러지는 꽃잎들 사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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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자리를 맡으러 나온 여러 회사 사람들이 시트를 깔고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나도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깔고 시트가 날아가지 않게 돌멩이로 모서리를 눌러놓고 바닥을 걸레로 훔치고 베게 대신 가방을 가슴에 넣고 읽다만 책을 꺼냈다. 책 내용은 질펀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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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이와이 슌지의 영화 <사월 이야기>를 보면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소나기처럼 퍼붓는 벚꽃들 사이를 달리는 장면이 있다. 오늘은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벚꽃잎은 떨어지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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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벚꽃은 피기 시작해서 질 때까지 2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일 년을 준비해서 2주일 동안 그 온갖 화려함을 자랑하고 그리고 조용히 화려하게 봄이 무르익을 무렵 사라진다. 매일 회사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쳐다 보다 오랜만에 '아 이게 햇볕이라는 것이구나, 이게 봄이라는 것이구나'라고 가슴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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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한 무리의 봄처녀들이 낮부터 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꺄르르 웃는 목소리가 비둘기가 퍼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봄이 왔어요, 봄이"라고 외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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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푸른 하늘이 참 맑다. 정가운데 보이는 것이 동양에서 제일 높다는 랜드마크타워이다. 그 왼편이 쌍동이 빌딩, 그 왼쪽이 미쯔비시 중공업 본사 건물이다. 저 건물들 너머엔 바다가 있다. 블루시트로 자리 찜해 놓은 사람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간 모양이다.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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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벚꽃은 꽃잎이 보통 다섯 개이다. 여덟 개인 것도 있다는데 지방별로 그 종류도 많고 색깔도 분홍빛을 띤 하얀 색이 아닌 정말 순백의 벚꽃도 있다고 한다. 벚꽃을 보면서 탐스럽게 생겼다 보다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라고 느끼면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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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이다. 웃는 모습, 앉은 자세, 전형적인 일본인들이지만 나의 전쟁터인 우리 회사의 아군 동료들이다. 술마시고 취한 모습을 보면 국적을 떠나 다 똑 같은 술주정뱅이일 뿐이다. 일본 요코하마의 꽃놀이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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