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강한(康韓)바람' 초비상

한명숙, 강금실... 5·31선거 여풍 예감

등록 2006.04.03 15:19수정 2006.04.03 15:20
0
[주진 기자] 한명숙 총리 내정에 이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오는 4월5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혀 5.31 지방선거에서 ‘여풍’이 ‘태풍의 핵’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풍’이 5.31 지방선거에 고르게 불어야 한다는 여성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9일 연세대에서 열린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조건’을 주제의 강연을 마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뜻을 공개 표명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9일 연세대에서 열린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조건’을 주제의 강연을 마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뜻을 공개 표명하고 있다. 노민규기자우먼타임스
한명숙-강금실 카드로 ‘여풍’을 선점한 열린우리당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4곳을 여성후보로 전략공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방선거 흥행몰이에 나설 태세다. 현재 열린우리당 서울 기초단체장 여성후보로는 양경숙(종로), 김영숙(서대문), 유선목(양천), 이경애(성북), 이순희(강북), 고연호(은평) 등 6명이 도전장을 냈다.

반면, 최연희 의원 성추행 파동으로 여성표를 잃을까 전전긍긍해온 한나라당은 ‘한명숙-강금실(이하 한-강)’ 카드로 역풍을 맞지 않을까 고심하는 눈치다.

지난 총선 때 갑자기 불어 닥친 ‘탄핵 역풍’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강’ 바람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여풍’으로 ‘맞불 작전’을 펼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청장에 김영순 전 정무2장관실 차관, 인천 중구청장과 부산 중구청장에 박승숙 인천시의회 의장, 김은숙 전 부산시 보건복지여성국장을 각각 공천했다.

민주당은 장상 전 총리서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일찌감치 영입해 ‘여심 잡기’에 나섰고, 민주노동당도 김미희 성남시장 후보, 김민아 전주시장 후보 등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들을 내정하고, 지역구 여성후보를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우며 지역 표밭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3월29일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 한나라당 경기도당처럼 여성후보를 대거 탈락시킨다면 5.31 선거의 ‘여풍’은 ‘깡통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계와 여성 출마자들은 ‘한-강’ 바람이 여성후보들의 지방의회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전략공천의 30% 가운데 30%는 반드시 여성을 공천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한 여성 출마자는 “강금실 전 장관의 인기몰이가 지역구 여성후보들에게 자신감을 줄 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 속에서 여성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며 “강 전 장관이 진원지가 될 여풍이 더 많은 여성후보들에게 힘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강의 기적' 이뤄질까, 정치권 A급여풍 촉각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오는 4월5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에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여성총리 한명숙’ 카드로 ‘여풍’을 선점한 여권은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 파동으로 여성 표심잡기에 골몰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여권의 ‘여풍’으로 또다시 역풍을 맞을지 사태 추이를 저울질하며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특히 오랫동안 대선주자로서 중량급 여성지도자 이미지를 선점해온 박근혜 대표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의 대모로서 자신의 힘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한명숙 총리 내정자와 아버지의 후광으로 야당 대표의 자리에 오른 박근혜 대표는 태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강효리’란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당차고 세련된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강금실 전 장관까지 더한다면 그 파급력은 예측불허라는 분석까지 돌고 있는 상황.

그 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역시 강금실 효과로 불어닥칠 ‘여풍’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장상 전 이대 총장을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민주노동당도 김미희 성남시장 후보, 김민아 전주시장 후보 등 여성들을 기초단체장 후보로 내세우는 등 후보의 35%를 여성에게 할당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한명숙-강금실 카드’를 발판으로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에 여성을 집중 배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목희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서울에서 적어도 4명의 여성 구청장 후보를 공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린우리당 서울지역 기초단체장에 양경숙(종로), 김영숙(서대문), 유선목(양천), 이경애(성북), 이순희(강북), 고연호(은평) 예비후보가 공천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그 외 광역, 기초단체장에 나선 열린우리당 여성후보들도 한껏 고무되어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의 조속한 출마 선언을 내심 고대하고 있다”는 한 여성후보는 “강 전 장관의 인기몰이가 정당 구분 없이 모든 여성후보들에게 큰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여성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원호 여성위원장은 “여성의 정치참여야말로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초석”이라며 “여풍 여세를 몰아 이번 5.31지방선거를 여성 지방정치 참여 원년의 해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서울, 인천, 부산 3곳에 여성기초단체장 후보를 공천해 여성표 공략에 나섰다. 한나라당 여성후보들은 강금실 효과가 지방선거 승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성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김영선 최고위원은 “강금실 전 장관이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한나라당 역시 경기도에 여성후보를 내세워 맞대응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의 여풍에 야당 역시 여풍으로 맞서자는 전략인 셈이다. 여성계 역시 한명숙-강금실 효과가 여성들의 지방의회 진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껏 기대하고 있다.


강금실 전 장관 당선 경쟁력


“거품인지 아닌지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죠.”

지난 3월29일, 연세대 리더십센터 특강 후 강금실 전 장관은 자신의 “인기가 거품인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한 답변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강 전 장관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3월1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인지도와 인지호감도(인지층 내의 호감도)는 72.3%, 63.9%로 모두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인지도는 78.9%, 인지호감도는 61.7%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나, 인지호감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성별로 분석해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고른 지지를 보였으나 남성(41.9%)보다 여성(50.4%)이 더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주요 지지층이었으며, 고졸(48.1%)과 대학재학 이상(48.3%) 고학력 중심 지지자들이 다수로 나타났다. 또한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51.6%)와 주부(50.9%) 계층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강 전 장관의 인지도와 인지호감도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선 “강 전 장관의 인기는 연예인들의 한때 인기와 같은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깎아내리기로 총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이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공식화되면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거전문가들은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댓글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