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 부는 핑크바람 '상큼'

여성임원 눈에 띄게 증가,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문제

등록 2006.04.04 14:30수정 2006.04.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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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외환銀 신입행원 절반 이상 여성 불구 국내 임원급 행원 10명 안팎
남성중심 사내풍토·과중한 업무 탓 중도하차 다반사…비정규직화도 한몫


화이트칼라로 대표되었던 은행가에 핑크칼라의 여성 뱅커들이 객장을 주도하며 여성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창구뿐만 아니라 PB(프라이빗 뱅커), 외환업무, 상품개발 등에서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으며 임원으로 진입하며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1987년 1월 워싱턴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올라갈 길이 뻔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천장 때문에 중역실로 가지 못한다는 내용. 보이지 않는 여성 차별을 상징.)

은행가 핑크칼라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여성 지점장들의 약진. 대부분 은행들에서 2003년 말에 비해 여성 지점장 숫자가 최고 두 배까지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003년 말 55명이었던 여성 지점장이 2006년 3월 67명으로 20% 증가했다. 신대옥(55) 부행장과 전영희(52) 경동지역본부장, 김순현(51) 강남지역본부장 등 지점장 출신들이 임원과 본부장에 올라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신대옥 부행장은 말단 텔러에서부터 시작해 내부승진으로 부행장에 올라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3년 24명이었던 여성 지점장이 2006년 2월 말 37명으로 50% 늘어났고, 하나은행도 2003년 말 21명이었지만 현재 37명으로 80% 가까이 대폭 늘어났다. SC제일은행도 3년 전 6명에서 현재 12명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SC제일은행은 김선주(53) SC제일은행 소매영업운영부 상무와 이애리(49) 상무급 지점장 등 2명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선주 상무는 농구선수 출신의 고졸 학력 상무로 뱅커들의 승진에는 학력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3년 전과 변함없이 여성 지점장이 8명뿐이며, 보수적인 산업은행도 4명에 그치고 있다.

은행가 신입사원 숫자도 지난해부터 여성이 절반이 넘는 곳이 나타날 정도로 늘어나 진입의 문도 넓어졌다. 국민은행은 연초 신입사원 채용 시 사상 처음으로 여성 신입사원이 58%를 넘었고, 외한은행도 여성 채용률이 52%에 육박했다. 과거 20~30%를 밑돌던 산업은행도 40%대를 넘어섰다.

대부분 은행이 40~50%를 웃도는 여성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은 은행에서도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보다 뒤지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는 "최근 여러 가지 실적을 살펴볼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 임원이 전 은행을 통틀어 10명이 채 안 되는 소수이고 은행권 여성 정년퇴임자가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은 여성이 은행에서 살아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젠 여성지점장 시대라구요!"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서 활용하는 3급이상(지점장급 이상)의 여성뱅커들. 이들은 3달에 한번씩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젠 여성지점장 시대라구요!"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서 활용하는 3급이상(지점장급 이상)의 여성뱅커들. 이들은 3달에 한번씩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우먼타임스
또한 '비정규직'이 다수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은희 실장은 "표면상으로 볼 때는 남성과 인력 숫자는 비슷하지만 여성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서류상으로만 직무를 분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비정규직의 고용 사유와 기간상한을 엄격히 정하고 반복적인 계약갱신에 대한 정규직 전환 의무 등을 명시하는 '비정규직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여성 뱅커들의 앞날은 희망적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평등연대본부 이강선 부위원장은 "과거부터 누적되어온 차별이 많아서 한꺼번에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여성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특히 고객관리에 유리한 여성들이 승진에서도 실력으로 평가되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은행권의 유리천장도 점차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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