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월이 변해도 함께 한다는 것은...

구례 산수유 마을을 다녀와서

등록 2006.04.05 17:37수정 2006.04.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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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4월1일 구례 산동 상위마을에서

2006년4월1일 구례 산동 상위마을에서 ⓒ 김정철

지난 주말, 구례 산동에 위치한 산수유 마을에 다녀왔다. 비가 오는 중에서도 산수유가 멋지게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광주를 출발, 담양과 순창, 남원을 지나 구례의 산수유가 만발한 장소에 도착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순천-남원간 고속도로 왼쪽에 위치한 내산리 마을이었다. 이미 몇몇 사진 작가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고, 들에는 비가 오는 중에도 일을 하고 있는 마을분이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을 가득 피어있는 산수유였다.


산수유를 마음 가득 안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불러 세우며 말씀하셨다.

"산수유 사가요~ 몸에 조응께."

나는 언제부터인지 특산품이 있는 지역에 가면, 꼭 그 특산품을 사오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할머니를 부지런히 따라가서 산수유를 샀다.

"얼마다요?"
"만원이면 되라."
"좀 비싼디..."

일단 비싸다고 해야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대답했다.


"이거 손질한 것 생각허믄 한나도 안비싸요."
"그래라 사진 좀 찍고 생각해 봅시다."

촬영을 마치고, 찬찬히 살펴보며 산수유 한 상자를 샀다. 그때 마침 관광버스가 마을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할아버지 왈.


"임자 버스왔어. 지금 맺게(몇개) 있어?"
"한 10개는 있을거요."
"그거 빨리 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서 산수유를 받더니 부리나케 버스가 도착한 장소로 달려갔다. 조금 후 할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돌아오셨다.

"다 팔아 부렀소. 한 사람이 산께, 동생 갔다 준다, 친구 갔다 준다 하면서 금방 팔려 붑디다."
"할아버지 금방 10만원 벌어 부렀네요"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집에 또 맺게 있응께 안 사갈라? 내 1,000원 깎아 줄게."
"저는 됐네요. 할아버지 몸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나이가 들어서도 정겹게 일을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나도 나이가 들어서 저렇게 정겹게 함께 일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수락폭포였다.

비가 와서인지 수락폭포 주변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상가도 철시하여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저속셔터로 몇 컷 찍고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은 지리산 온천랜드를 지나 산수유가 가장 멋있게 피어 있다는 상위마을로 출발했다.

때마침 조금씩 내리던 봄비가 상위마을에서는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우산,목에는 카메라, 양쪽 주머니는 각종 렌즈, 다른 한 손은 삼각대를 들고 힘겹게 촬영에 들어갔다. 머리 속에는 집을 나서기 전 인터넷을 통해 봤던 산수유 꽃과 열매가 함께 매달려 있는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이 장면을 꼭 찍어야지!" 생각하면서 찾고 있는데 마침내 상위마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산수유 꽃과 열매가 함께 매달려 있는 곳은 손길이 닿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높은 곳이었다. 아마도 손길이 닿는 곳은 수확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망원렌즈로 바꾸고, 목에는 우산을 걸치고 삼각대를 세워 촬영을 시작했다.

촉촉히 물에 젖은 꽃과 겨우내 힘들게 나뭇가지에 붙어 지금까지 붉은 색을 잃지 않는 산수유 열매! 힘들게 붙어 이렇게 빛을 발하기 위해 그 고생을 했나 생각해 봤다.

그리고 이 둘을 사진 속에 담고 있으니 좀 전의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떠올랐다. 산수유 열매가 시간이 지났어도 나뭇가지에 붙어있듯, 세월이 변해도 변함없이 정겹게 함께하는 두 분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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