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서 남주자!

고창의 스타부부 이중웅·차사순씨

등록 2006.04.23 09:53수정 2006.04.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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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서 남주자'


사회 전반에 걸쳐 나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골 읍내에 거주하는 60대부부가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고창읍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며 '경희네'로 통하는 이중웅(67)·차사순씨(61)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의류매장에는 연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집 안에 작은 고민이라도 생겨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이들 부부는 새순같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나누며 살아가는 여유를 가진 '경희네'의 세상사로 들어가 보자.

속된말로 '법 없이도 살아갈 사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첫 인상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찰떡궁합'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의류매장에는 사람냄새로 가득하다.

a 중매결혼으로 만난 이들 부부는 고비도 있었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중매결혼으로 만난 이들 부부는 고비도 있었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 정종인

읍내 주요상가의 '사랑방'

고창읍 주요상권에 자리잡은 이들 부부의 가게는 오고가는 사람들의 '사랑방'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이중웅·차사순씨집에는 종종 윷놀이 판이 벌어진다. 세상사 고민과 번뇌가 해소되는 '소통의 장'이다.


'벌어서 남주자'는 나눔의 정신이 이들 부부가 살아온 지난날의 '일기장'이다. 호남형의 얼굴을 가진 남편 이중웅씨는 젊은 시절부터 사업수단이 뛰어났다. 혈기왕성했던 26살의 나이에 고창에서는 최초로 사과 도매상을 시작하며 '성공신화'를 써나갔다.

어린시절 완행열차에서 팔던 '추억의 망 사과'가 젊은사업가 이중웅씨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사업에 일가견이 있던 이씨는 사과 비수기인 여름에는 일선 농민들을 상대로 농약장사를 해 상당한 돈을 벌어들였다.


인생의 작은 걸림돌

고창읍에서 유명했던 '서울가방'도 이들 부부에 의해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사과장사로 사업 밑천을 마련한 이들 부부는 가방집과 함께 개발붐을 타고 인기가 치솟았던 운수사업에 뛰어들어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잘나가던 이들 부부에게도 '어둠의 그림자'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운수사업이 제법 자리를 잡아갈 즈음 회사소유의 차가 2번씩이나 사고를 내는 불운이 닥쳐왔다. 전임기사를 5~6명이나 쓸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운수사업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이씨는 이후 채소도매상으로 재기하며 '인생극장'을 다시 써가기 시작했다.

a 자신의 일터인 의류매장에서 지난 날을 회고하는 차사순씨

자신의 일터인 의류매장에서 지난 날을 회고하는 차사순씨 ⓒ 정종인

천생연분 '찰떡부부'

주변에서 이들 부부가 살아온 지난날을 아는 사람이면 '천생연분'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배포 큰' 남편과 38년 여를 살아온 부인 차사순씨도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지만 위기때마다 그를 위로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잃지 않고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들 부부는 부인 차씨의 언니네 옆집 아주머니가 중매를 해줘 천생연분을 맺었다.
고창읍내에서 '경희네'로 통하는 이들 부부는 3남매를 두고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큰딸 경희씨(39)는 모 안경 업체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남편 박재규(46)의 미국연수에 동행해 미국 LA에 살고 있다. 장남 정은씨(36)는 고창군청 행정자치과에 근무하는 노총각. 요사이 '열애중'이라는 소식이 들려 이들 부부가 새식구 맞이에 들떠 있다. 막내 정한씨(33)는 고창 새마을금고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 차사순씨는 장남 정은씨가 군대에서 제대할 무렵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대학원서를 써 놓은 후 아들이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 왔을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려울 때 옆에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켜준 것'이 서로에게 너무 고맙다고 고백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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