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으로 귀환하는 외국인 노동자 고(故) 누르 푸아드

"더 이상 이런 귀환은 없어야 한다"

등록 2006.04.25 14:21수정 2006.04.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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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7시 30분경,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 갑자기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인도네시아인 고(故) 누르 푸아드(Nur Fuad)씨의 유해송환을 앞두고 치러진 장례식에 일곱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서면서 너나할 것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 울음은 전염되듯 보는 이들을 역시 흐느끼게 했던 것이다.

a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장례식에 나타난 일곱 명은 지난 일주일 동안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되다 나온 이들로, 출국명령을 받은 터라 2주안에 귀국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나마 성한 몸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자신들은 천운이라 여기며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회가 있었다면 우리도 똑같이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이하 외노협) 등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누르 푸아드씨의 사망 이후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당일 아침부터 ▲법무부의 병원비·장례비·귀환 비용 부담 ▲살인적인 추방정책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등을 주장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a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촉구하는 농성장 모습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촉구하는 농성장 모습 ⓒ 고기복

박경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는 농성에 들어가면서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도 체제 전복을 꾀한다는 학생들의 건물 농성을 진압할 때는 옥상 아래에 매트리스를 깔고 진압했다"며 "그런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도 매년 수 차례의 유사 사고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고인의 조속한 유해송환을 위해 병원 측의 협조를 얻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책임자 문책이나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어 관련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외노협 등 관련단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강제추방정책과 맞물려 이주노동자들의 자살, 사망 사건이 증가한다고 보고 '강제추방 반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면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누르 푸아드씨의 장례식을 계기로 25일부터 농성장소를 부천순천향대학병원에서 광화문 열린 공원으로 옮겼으며, "더 이상 누르 푸아드 같은 귀환은 없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a 장례식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의 표정이 침울하다.

장례식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의 표정이 침울하다.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누르 푸아드씨의 유해는 방부처리가 끝나는 26일 송환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누르 푸아드씨의 유해는 방부처리가 끝나는 26일 송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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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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