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신들이 사는 숲, 담양 관방제림

대나무축제에 갔다면 가봐야 할 곳 ①

등록 2006.05.04 09:15수정 2006.05.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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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엘리엇의 '황무지'를 통해 너무나도 유명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시에 대한 깊이가 있지 않은 한 왜 그런지에 대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그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내뱉어지는 유명한 말일 뿐입니다.

지난 3월부터 틔워내기 시작한 봄의 일렁임은 4월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을 형형색색 물들이기 시작했고, 자연이 뽐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달이야말로 4월이 아닌가 합니다. T. S. 엘리엇은 그러한 자연의 인고를 빗대어 잔인하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그 자연을 시선에 담을 수 있는 우리네 사람들이야말로 그들의 덕을 톡톡히 보는 수혜자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이 아름다운 자연에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방제림의 진입로에 세워진 표지석
관방제림의 진입로에 세워진 표지석문일식
지난 4월 초 완연해진 봄날을 만끽하기 위해 찾은 담양에서는 그 인고의 시간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관방제림을 찾았습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겨우내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인 관방제림…. 지난 2004년에 산림청에서 주최한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미려한 숲으로 인정되었기에 더욱 찾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나무의 신이 포효를 하는 듯 합니다.
나무의 신이 포효를 하는 듯 합니다.문일식
관방제림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다가온 생각은 영화 '반지의 제왕' 2편에 나오는 나무의 요정 엔트족이 사는 팡고른 숲이었습니다. 우람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에 육중한 몸을 뒤흔들며 나오는 엔트족들…. 바로 그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제 막 겨울 티를 벗어내며 울창해지려는 강한 몸부림을 하려는 듯 관방제림의 모습은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사방에 마음대로 뻗은 나뭇가지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사방에 마음대로 뻗은 나뭇가지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문일식
관방제림은 수해를 막으려고 만든 인공림입니다. 조선 인조 때인, 지금부터 약 350년 전에 당시 부사로 재직 중이던 성이성이 담양천을 따라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고, 조선 철종 때인 1854년에 부사 황종림이 다시 제방을 쌓아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이때의 제방을 나랏돈으로 만들었다 하여 관방제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무의 수령은 대략 300-400년 정도, 적은 것들은 100여년 남짓 됩니다.

언제라도 걷고 싶은 여유로움이 깃든 관방제림...
언제라도 걷고 싶은 여유로움이 깃든 관방제림...문일식
담양읍을 가로지르는 관방제림은 무려 2km 정도 뻗어 있습니다.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제방을 뒤덮고 있는데, 잎이 무성해지는 초여름이나 단풍이 지는 가을녘이면 그 풍광이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이란 생각을 하니 조금은 아쉽긴 했습니다.

관방제림에서 산책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조깅하는 아주머니들, 외지에서 찾아와 사진 찍으며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인끼리 손잡고 거닐기에 너무나도 좋은 길이었습니다. 부러운 상상을 하며 거니는 관방제림… 괜스런 섭섭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관방제림의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이름표.
관방제림의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이름표.문일식
관방제림은 지난 1991년에 천연기념물 36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관방제림을 거닐다 보면 나무에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나무의 이름과 함께 번호가 붙어있는데, 지나는 사람들도 많고 지나는 사람마다 한번씩 쳐다보게 되니 전혀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몇 세대를 거치는 그 수백 년 동안 장대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나무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세 명이 팔을 둘러싸도 모자란 거대한 나무...
세 명이 팔을 둘러싸도 모자란 거대한 나무...문일식
근 400여 년이나 되는 나무들은 정말 우람합니다. 한 아름 되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것들은 사람이 세 명이나 둘러싸도 남을 만큼 큰 것들도 있습니다. 눈부신 초여름날 빚어내는 무성함이나 어느 멋진 가을날 흩날리는 단풍의 물결을 떠올려 봤습니다. 이번에야 그냥 조용히 다녀가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상상이 현실이 될 때쯤 다시 한 번 찾아오리라 다짐해봤습니다.


죽림원 입구의 누렇게 말라죽은 대나무
죽림원 입구의 누렇게 말라죽은 대나무문일식
관방제림에서 담양천을 건너면 죽림원이 있습니다. 올겨울에 몰아닥친 전라도 한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연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나무들이 누렇게 떠 있었습니다. 대나무가 죽으면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떠도는 터라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다행히 바람을 맞는 쪽만 한파로 죽은 것 같고, 그렇게 줄기와 잎은 죽었어도 뿌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곧 죽순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죽림원의 죽은 대나무를 보니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진 것 같아 못내 서운했고, 그냥 발길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담양-순천간 24번 국도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담양-순천간 24번 국도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문일식
금성산성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담양과 순창을 대표하는 명소,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원래 24번 국도였는데, 새로이 길을 내서 여행객들이 거닐면서 만끽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차가 안 다니는 길의 여유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곳 역시 새순이 돋고 푸르름이 짙어지는 때가 오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멀리 추월산의 웅장함을 담은 담양호의 전경
멀리 추월산의 웅장함을 담은 담양호의 전경문일식
24번 국도를 따라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지나 금성산성쪽으로 가다 보면 담양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길을 막아놓은 푸르른 담양호 멀리 한 폭의 병풍 같은 산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추월산입니다.

담양호는 금성산성에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갈 만한 곳입니다. 담양호는 영산강유역 개발사업의 하나로 광주호, 장성호, 나주호 등과 함께 준공되어 관개용수로도 이용되고 가뭄 해소나 홍수 조절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담양호 주변에 밝게 피어난 벚꽃길이 봄 풍경을 아로새기고 있었습니다. 푸른 물결은 더는 춥게 느껴지지 않았고, 맑게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은 추월산의 빛과 어우러져 서둘러 봄빛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발길은 담양호와 추월산을 뒤로하고 금성산성으로 향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담양대나무축제는 5월 8일까지 열립니다.

담양여행정보는 이곳으로... 

담양군청 홈페이지(http://www.damyang.go.kr/tourism/) 
제 8회 대나무축제 홈페이지(http://www.bamboofestival.co.kr/) 


담양여행에서 꼭 들려볼 곳 : 

담양시내 : 오층석탑(보물 506호)과 석당간(보물 505호), 관방제림,죽녹원,대나무박물관 
담양→순창방면 : 24번국도 메타세콰이어 길, 대나무골 테마공원,담양호,금성산성 
담양→광주방면 : 가사문학길... 정자를 따라 떠나는 여행 
소쇄원-환벽당-취가정-식영정-명옥헌원림-송강정-면앙정+가사문학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담양대나무축제는 5월 8일까지 열립니다.

담양여행정보는 이곳으로... 

담양군청 홈페이지(http://www.damyang.go.kr/tourism/) 
제 8회 대나무축제 홈페이지(http://www.bamboofestival.co.kr/) 


담양여행에서 꼭 들려볼 곳 : 

담양시내 : 오층석탑(보물 506호)과 석당간(보물 505호), 관방제림,죽녹원,대나무박물관 
담양→순창방면 : 24번국도 메타세콰이어 길, 대나무골 테마공원,담양호,금성산성 
담양→광주방면 : 가사문학길... 정자를 따라 떠나는 여행 
소쇄원-환벽당-취가정-식영정-명옥헌원림-송강정-면앙정+가사문학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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