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오마이뉴스 권우성
[새벽 6시 7분] 타는 목에 물, 타는 속에 담배
본격적으로 문 신부 스토킹에 돌입, 몇 마디를 나누던 중 상황실의 긴박한 보고가 전해진다.
"지금 학생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내리에서 경찰 병력과 충돌했습니다, 운동장에 계신 여러분은 어서 정문으로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다렸다는 듯 문 신부와 그의 일행은 정문을 등진 채 학교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간 곳은 대추분교 지붕. 까만 슬레이트 판이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러웠다. 지붕 위에는 5cm 두께의 합판으로 만든 평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초록색 담요, 생수 2박스, 담배, 사탕 등 비상 식량이 구비돼 있었다.
지붕 위의 평상은 문 신부의 아이디어. "문 신부 아니면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겠나"라며 후배 신부들이 크게 웃었다. 문 신부는 "지난 3월 15일 2차 침탈 때 진작에 올라오려고 했는데 위험하다는 주위의 만류로 이제야 한다"고 했다. 단단히 벼른 모양이다.
내리쪽에서부터 시꺼먼 파도가 밀려왔다. 신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다", "만명은 족히 넘겠다", "이 나라가 어쩌려고 이러느냐"는 등의 탄식이 새 나왔다. 문 신부는 긴장한 탓인지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빈 속에 입에 댄 것은 커피 한 잔과 담배 몇 개비. 얼굴이 시꺼먼 이유를 알 것 같다.
[오전 7시] "대낮 같은데 이제 7시야?"
경찰 병력이 점점 대추분교를 에워싸고 들어오자 문 신부는 메모를 시작했다. 손바닥 만한 수첩에 날치기로 시각과 단어 몇 개를 써 내려갔다. "다 기록해둬야 해, 이런 짓은 잊어버려서는 안 돼"라며 지팡이를 손목에 걸고 볼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손목시계를 보고 한 말. "대낮 같은데 이제 7시야"라며 놀란다. 지붕 위의 한 시간은 문 신부와 동료들에게도, 기자에게도 왠지 모르게 길게 느껴졌다. 기분을 묻자 문 신부는 "초조하고 긴장되지"라며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문 신부가 굳이 지붕을 택한 이유는 뭘까. "멀리까지 내다보고 진두지휘할 수 있는 곳이고, 대추분교가 침탈되더라도 끝까지 막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란다. 한 동료 신부의 물음, "우린 어떻게 내려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