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은 과연 잔인한 인물인가?

[서평] 정구복 교수의 <인물로 보는 삼국사>

등록 2006.05.05 19:43수정 2006.05.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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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구복 교수의 <인물로 보는 삼국사> 앞표지

정구복 교수의 <인물로 보는 삼국사> 앞표지 ⓒ 시아출판사

지나간 역사에 어떤 인물이 있었는지 알고 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옛날 인물들과의 만남을 책을 통해서 얻는 경우가 많다.

<인물로 보는 조선사>와 <인물로 보는 고려사>에 이어 <인물로 보는 삼국사>(2006년 4월 18일 시아출판사 펴냄)가 나왔다. ‘인물로 보는 역사 시리즈’의 완결판인 셈이다. 과거에 출간되었던 <인물로 보는 삼국사기>를 새롭게 재편집하고 <삼국사기>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진 고승 이야기와 일반 서민의 이야기도 새로이 보충한 것이다.


한국학대학원 교수인 저자 정구복씨는 머리말에서 “현재 한국의 수평적인 문화의 축은 세계의 문화를 수용하는 점에서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를 전하는 수직적인 문화의 축은 아주 연약하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의 수직적인 중심축이 약하다는 것은 사람의 척추가 약하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국문명, 일본문명은 있는데 아직 한국의 문명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문화의 축을 찾는 일을 하자면,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직접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의 인물을 통하여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물로 보는 삼국사>는 <삼국사기>의 본기에 실린 국왕들의 이야기와 열전에 실린 개인들의 이야기를 읽기 쉽게 살려 놓았다. 그리고 매편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상식'을 곁들여 놓았다.

가령 ‘계백 편’을 보면 “적군에게 잡혀 욕을 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여 자기 가족들을 모두 죽이는데, 계백은 과연 잔인한 인물인가? 이에 대하여 '역사상식'에서는 이렇게 다루어 놓았다.

그렇다면 백제의 계백이 결사대를 조직하고 출전에 앞서 가족을 죽인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조선 초기의 유학자였던 권근은 그가 편찬한 <동국사략>에서 이는 인륜을 배반한 행위라고 혹평을 하였다. <동국통감> 찬자들의 사론은 국가 유지라는 점을 강조하여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인물로 보는 삼국사> 238쪽에서

요즘 더 이상 살아나갈 방도가 없을 만큼 사업에 크게 실패하여 자기 식구들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는 사람이 있는데, 5000 결사대의 우두머리인 계백의 행위는 이러한 사람의 행위와는 분명히 다른 성격을 띤다. 그렇더라도 찬반 양론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리 할 수 있는 능력은 꽤 많지만 그 가운데 기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기록은 역사를 낳는다. 좁게는 가족사에서 넓게는 세계사에 이르기까지. <인물로 보는 역사 시리즈>는 ‘역사의 뼈대 세우기’의 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로 보는 삼국사

정구복 지음,
글로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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