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있는 곳에 과세' 상속세도 예외 없다

[주장] <조선>의 '미국이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이유'를 반박한다

등록 2006.05.09 10:33수정 2006.05.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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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조선일보> 시론에 이상돈 중앙대 법학교수가 '미국이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이유'라는 글을 썼다.

이 교수는 현대자동차 정 회장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하여 재계가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실상 상속세를 부의 승계를 막는 도구로 보고 이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의 승계'는 사실 자본주의의 주요한 특징의 하나인데 상속세가 부의 승계를 막는다는 주장은 사실 근거가 없는 감정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조세는 공평과세가 원칙이다. 이는 조세는 부자라고 더 걷어도 안되고 덜 걷어도 안되며 공평하게 부가돼야한다는 대원칙하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조세의 원칙이다. 즉 상속세 또한 상속으로 인하여 발생한 소득에 메겨지는 조세의 하나인 것이다. 상속이건 증여건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상속을 주는 자(사망자)의 재산을 세금으로 가져간 후 피상속자에게 세금을 뗀 나머지 상속 재산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지만 상속세와 증여세는 본질상 동일한 것으로 간주 하는 등 그 근간은 한·미간에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교수는 상속세에 대해 "미국인들은 죽음이라는 비극적 순간에 정부가 돈을 거두어가는 반(反)윤리적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업의 승계를 불가능하게 하고 살아있을 때 흥청망청 쓰고 죽는 풍조를 조성하며 노인들이 뒤늦게 재혼하도록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세금을 낸 후에 남겨 놓은 재산에 대해 또 세금 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난도 있다"고 한술 더 뜬다.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지만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상속세는 비윤리적인가. 상속세(Estate Tax)는 이전세(Transfer Tax) 중 하나다. 즉 재산의 이전 (transfer of property)에 대하여 살아생전에(during individual's lifttime)주는 것(gift)과 죽을 때(at death) 주는 것(estate) 모두 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즉 상속세가 슬플 때 거둬서 나쁘다는 주장은 상속세는 비극적인 순간이어서 안되고 증여세는 기분 좋아서 준거니 된다는 논리 밖에 안된다.

또 상속세로 가업의 승계가 불가능하다는데 무슨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실로 궁금하다. 그럼 헨리 포드 이래로 포드가로 계속 대물림되는 미국 포드 자동차, M&M초컬릿, 록펠러 가(家)의 사례는 뭔가.

상속세 내기가 싫어서 흥청망청한다는 논리는 갑근세 내기 싫어 취직 못하겠다는 논리와 같다. 노인이 뒤늦게 재혼하도록 조장한다는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조차 힘들지만 설사 상속세가 재혼을 조장한다고 해도 노인이 뒤늦게 재혼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알길이 없다.

이미 세금을 낸 후 남겨 놓은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살펴 보자. 상속세는 사망으로 인하여 사망자의 재산이 다른 납세자의 재산으로 이전됨에 대하여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상속세는 재산의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 가는데에 발생한 세금이지 남겨진 재산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득세 납부 후 남겨진 재산도 명백히 과세 대상이다. 이것이 바로 재산세인데 이중과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재산세(property tax)란 것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인 듯 싶다.

이 교수는 또 "상속세가 소수 부유층에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라면서 "경제규모가 커진 데 비해 상속세 면세점은 그대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2006년~2008년의 상속세 면세점은 우리돈 20억원이다. 2009년에는 30억원으로 높아진다. 2003년에는 면세점이 10억원이었고 2004년에는 15억원으로 오르는 등 면세점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공화당의 경우 상속세 완전 면제를 주장하면서 100억원까지 면세점을 올리자고 하고 민주당은 30억~50억원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경제 규모에 맞게 면세점을 점진적으로 올리면 될 일이지 상속세를 폐지해야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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