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지원,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등록 2006.05.10 12:02수정 2006.05.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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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외노협 사무국이 세들고 있는 기장 선교원.

외노협 사무국이 세들고 있는 기장 선교원. ⓒ 고기복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보면 일견 대견하다는 생각과 함께 안쓰러운 맘이 드는 건, 그 길이 어떠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같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에 있는 젊은 활동가들을 볼 때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그 현실을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경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느 단체나 비슷하겠지만,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간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비를 받으면서도 밀린 업무에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또 긴급한 사안이 걸릴 때는 농성하느라 길거리에서 며칠씩 밤을 새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그야말로 기피업종 중의 기피업종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들의 속내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저 지나가는 호기심과 값싼 동정심만 갖고는 그 길을 걸을 수 없고, 어지간한 헌신과 자기 확신이 없이는 걷기 힘든 길을 걷는 젊은 활동가들을 볼 때면 말은 하지 않지만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면서 가끔씩 남 좋은 일만 하느라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이들을 만날 때면 달리 위로할 말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합니다. 최근 나는 그런 활동가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하릴없이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오지랖 넓게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젊은 혈기와 열정으로 활동하다가 코앞에 닥친 모진 현실 앞에서 자기모순과 자기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활동가들을 보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사무국이 세 들고 있는 (구)기독교장로회 선교 교육원 건물은 우아한 기품이 서려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임덕기 간사는 지금 간염으로 고대병원에 입원중이고, 우삼열 사무국장은 재정 부담으로 인한 사무실 이전 문제로 고민이 많습니다.


a 간염으로 입원하기 전 임덕기 간사가 업무를 보는 모습.

간염으로 입원하기 전 임덕기 간사가 업무를 보는 모습. ⓒ 고기복

임 간사는 외노협 사무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됐습니다. 그런데 간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졌던 이주노동자들의 사건 소식에 업무를 제대로 익힐 겨를도 없이 동분서주해야 했고, 과로 탓인지 어제(9일) 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해맑은 웃음으로 군말 없이 활동하던 그의 발병 소식에 안타까움이 더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에도 교육대학원에서 학업을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는 열혈 청년이기 때문입니다.


임 간사의 발병 소식과 함께 단체 재정이 바닥나 전세금과 월세 문제로 사무실을 이전해야 할 상황은 우 사무국장이 떠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단체 재정이 바닥나 사무실 이전을 코앞에 두고도 "죽어나가는 이주노동자들을 그대로 볼 수 없다"며 길거리에서 농성에 들어가느라 정작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사무실 이전 문제는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는 점이 지금 우 국장을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a 사무국 이전 문제로 고민중인 우삼열 사무국장.

사무국 이전 문제로 고민중인 우삼열 사무국장. ⓒ 고기복

남들처럼 편하게 살려고 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사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움이 더해진다고 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는 이웃의 고통을 안고 살고자 하는 당신들의 모습이 기장 선교원 담장 아래의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a 기장 선교원 담장 밑의 꽃들.

기장 선교원 담장 밑의 꽃들.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고기복 기자는 외노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고기복 기자는 외노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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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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