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권 분쟁 ‘두 얼굴 언론’

적자 계열사 실적 개선 땐 ‘감성의 리더십’ 극찬

등록 2006.05.22 15:04수정 2006.05.22 15:05
0
여성신문
[김미량 기자] “눈물 경영 말고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새로 내놓을 것이 있는가” < M 경제지>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동정여론’으로 승기를 잡은 현 회장이 이번에도 여론에 ‘읍소’하는 작전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 < S 신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이메일을 통해 밝힌 ‘경영권 사수 의지’를 두고 일부 언론이 ‘눈물 경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정도경영’의지를 ‘눈물’로 매도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회장은 ‘사랑하는 현대그룹 임직원들께’란 글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 붓는 돈과 시간은 엄청난 손실이며 기업, 국가, 국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며 ‘현대그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 회장은 글에서 ▲주식거래가 오너 정 의원의 의견으로 결정된 점 ▲고가 주식 매수로 외국인에게 1000억 원대의 차익을 남겨준 점 등을 거론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주식 매입이 ‘투명경영과 기업윤리’에 위배된 행위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씨 직계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사고로 어떻게 정치 지도자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부장적 통념에 근거한 승계구조를 꼬집었다. 이어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윤리경영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만큼 기업의 이익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쓰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는 현 회장이 취임 후 꾸준히 주장해 온 ‘윤리·정도 경영’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여성 언론인은 “최근 현 회장의 메일을 두고 일각에서 ‘경영능력 부재’를 ‘눈물경영’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라고 폄하하지만 현 회장은 어려움과 맞닥뜨렸을 때 원칙에 입각해 정면돌파를 선택해 온 기업인”이라고 평가하며 “이같은 여성 비하적 시선은 여성 기업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 회장은 지난해 대북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도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과 직접 소통하면서 한편으로는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경질하고, 대북관광사업을 다시 정상화시키는 등 강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취임 후 현대아산을 비롯해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경제연구원 등 6개 계열사 모두 지난해 적자 탈출에 성공해 대내외적으로 성공 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다시 ‘경영능력’을 운운하는 일부 언론에 여성경제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여성 CEO는 “평소 임직원 자녀 수능 일까지 챙기는 현 회장의 감성경영은 미래 지향적 리더십”이라며 “최근까지도 현 회장의 감성경영을 본받자던 사람들이 지금 능력이 아닌 감성으로 승부하려 한다며 매도하는 것은 ‘기업인’이 아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꼬집었다.

주부에서 남편 사후 홀로서기를 통해 대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현 회장은 여성기업인들에겐 하나의 역할모델이다. 때문에 여성 경제인들은 현 회장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정도경영’의 방식대로 경영권 분쟁에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정씨만의 현대’를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의 후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댓글

(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