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맘'들이 선거를 바꾼다

잘 보고 잘 찍읍시다

등록 2006.05.23 12:07수정 2006.05.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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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기혼 여성인 ‘키티맘’이 지방선거의 주요 유권자층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와 선거 홍보물을 보며 지역 후보의 공약을 체크하고 있는 ‘키티맘’들의 모습.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기혼 여성인 ‘키티맘’이 지방선거의 주요 유권자층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와 선거 홍보물을 보며 지역 후보의 공약을 체크하고 있는 ‘키티맘’들의 모습.임안나
[박윤수 기자]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기혼 여성인 '키티맘'이 5·31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며 중요한 유권자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깨끗한 과거를 가진 후보를 뽑을 겁니다. 화려한 이력을 늘어놓기보다는 실제로 참여한 활동들을 체크하고 환경문제나 보육시설과 관련된 실현 가능한 공약을 살펴보고 있어요."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초록정치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던 최혜원(29)씨는 시의원인 선배의 소개로 구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일을 하다 보면 같은 또래 주부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는 지방선거에 대한 '키티맘'의 높은 관심을 대변한다. 이에 따르면 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25∼29세 여성의 투표율은 31.4%, 30∼34세는 43.5%로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각각 1.8%포인트, 6.1%포인트 높았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선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5∼29세 여성 투표율은 남성보다 3.4%포인트, 30∼34세 여성은 7%포인트 높았다.

남녀 차별 없는 교육 혜택을 받아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많고 인터넷 1세대로 정보에 밝은 이들은 각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하게 점검해 선거에 참여하며 특히 교육이나 보육, 환경 등 생활과 밀접한 공약에 큰 관심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지원 활동이나 유권자 운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직접 후보로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17일 후보 등록을 마친 여성 후보 1200명 중 25∼34세 여성은 123명으로 10%를 차지하며 35세 여성도 32명에 달한다.

'키티맘'이란?

'키티맘'은 74년 만들어진 인형 캐릭터인 '키티'와 함께 자란 세대를 일컫는 말로 25∼34세의 기혼 여성을 가리킨다. 풍요로운 어린시절을 보내고 높은 학력의 이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성향을 보이며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특징을 보인다. 국내의 '키티맘' 세대는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안산 YWCA 의정감시단에서 활동 중인 이명희(35)씨는 후보들이 보내온 공약을 평가하고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선거 직전 공포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의정감시단 활동을 통해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후보의 청렴도와 도덕성을 선택 기준으로 꼽는다. 그는 "거리 캠페인에 나서면 '여성 후보는 없느냐, 여성 후보가 있어야 정치가 깨끗해진다' 등의 말을 듣는다"며 "여성의 정치에 대한 의식뿐 아니라 여성 정치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높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김은경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치열한 경쟁사회를 거쳐온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키티맘' 세대는 정당이나 의식을 내세우기보다 실생활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우는 지방선거에서 더욱 적극적인 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여성 공약과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도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키티맘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에도 영향을 끼쳤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투표율이 높고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키티맘을 부동층으로 판단한 후보들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생활 공약을 잇달아 내고 있다.

아토피·천식 전문치료센터 설립을 제시한 열린우리당과 아토피 전문 클리닉을 약속한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이전에 없던 독특한 아이디어로 눈에 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모든 초등학교에서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1개 동 1개 보육시설 건립을 선언했고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골목길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약속하는 등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정책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높은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지닌 '키티맘'들이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책을 요구하고 정당 정책에 반영시킨다"면서 "이들이 '정책선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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