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 부패 사학 감싸기 오명 벗을까?

평택 한광학원 징계 판결 잇따라 - 시민단체, 비리 사학 일벌백계 기대

등록 2006.05.30 15:14수정 2006.05.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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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사립고 '무자격' 교장, 9년만에 자격 박탈

임정훈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지난 22일 평택 한광학원의 회계장부 불법 소각 관련자들을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8일 한광학원 회계장부 불법 소각 관련자들에게 "사립학교법에 회계장부 폐기와 관련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즉, 검찰이 5개월 여만에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광학원은 ㅎ여고 등 4개 중·고교를 운영하는 사립학교재단이다. 이 재단에서는 회계조작과 무자격교장 발령, 민주적 인사위 구성 등의 문제로 지금까지 1년 넘게 학내 분규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경기도교육청의 특별 감사결과 한광학원 소속 ㅎ고와 ㅎ여고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의 회계장부를 불법(회계서류 보존기간은 5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도교육청은 한광학원에 ㅎ여고 ㅎ교장을 비롯해 행정실장 등 학교 관계자 4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광학원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한광학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평택지청, 회계장부 불법 소각한 한광학원 관계자 2명 불구속 기소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경기도민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한광학원의 회계장부 소각과 관련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지난 1월 24일 평택지청에 항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운동본부측은 항고장 접수 당시 "사립학교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이며 사립학교의 회계장부는 기록물 관리법에 따른 공공기관의 공공기록"이라는 국가기록원의 답변을 첨부했다.


지난 3월 18일 평택역광장에서 열린 '한광학원 회계비리 의혹규명을 위한 평택시민 결의대회'의 모습(오른쪽)과 5월 19일 수원지검 평택지청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한광학원 회계비리 고발 기자회견 장면.
지난 3월 18일 평택역광장에서 열린 '한광학원 회계비리 의혹규명을 위한 평택시민 결의대회'의 모습(오른쪽)과 5월 19일 수원지검 평택지청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한광학원 회계비리 고발 기자회견 장면.임정훈
검찰은 22일 이번 사건 결정문에서 "ㅎ교장은 회계장부 서류철을 파기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후결재를 받을 때 알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범행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운동본부측이 고발한 3명 가운데 한광학원 산하 학교의 행정실장인 ㄹ씨와 ㅇ씨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사립학교의 회계장부도 공공기관의 기록물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기지부 사립위원회(위원장 최한상, 이하 사립위)는 "법정보존기간이 2년 이상 남은 회계장부를 학교장에게 보고도 없이 행정실장이 단독으로 불태운 것은 사립학교의 실정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라며 "불구속 기소된 ㄹ씨와 ㅇ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 검찰이 '부패 사학 감싸기'의 오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사립위는 "회계장부 소각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라는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진춘, 이하 도교육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한광학원 재단이사회에 특단의 조치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의 결정문. 회계장부 소각과 관련하여 한광학원 ㅎ교장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결정을, 두 명의 관련자들은 불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의 결정문. 회계장부 소각과 관련하여 한광학원 ㅎ교장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결정을, 두 명의 관련자들은 불구속 기소됐다.임정훈
사립위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과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학이 관할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조치를 거부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라며 "400일이 넘는 학내 분규 상황에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재단이사회를 당장 해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라"며 주장했다.

수원지법, "교육 경력 조작한 학교장은 자격 없다"

한편, 경력을 조작해 교장직에 오른 학교장의 자격을 박탈한 것은 당연하다는 판결도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5월 24일, 평택 한광학원 측이 제기한 ㅎ교장의 '교장자격취소무효청구소송'을 기각했다.

ㅎ교장은 1996년 교장 자격을 승인 받는 과정에서 4년 3개월 동안의 경력을 거짓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0월 도교육청으로부터 교장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한광학원은 작년 12월 재단이사회를 열어 ㅎ씨를 '교장직무대리'로 삼아 교장직을 유지시켰다. 이에 도교육청은 다시 지난 2월 28일 ㅎ씨의 교장직무대리직을 박탈했다.

그러자 학교측은 이에 불응하여 도교육청을 상대로 '교장자격취소무효청구소송'을 제기했고, ㅎ교장은 최근까지 학교에 정상 출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사립위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동료교사에게 대리수업을 시키고 교직 경력을 조작하여 교장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이 10여 년간 교장 행세를 한 것은 교육계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한광학원이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한광학원 쪽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대응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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